지난 12월28일 윤도경·김유하 부부가 경기도 이천 비비큐(BBQ) 부설 치킨대학 실습실에서 황금 올리브유 치킨을 만드는 과정을 실습하고 있다.
다리, 엉덩이살, 날개, 가슴살….
하얀 반죽에 버무린 생닭 조각을 살집이 두꺼운 부위 순으로 올리브유에 툭툭 밀어 넣었다. 165℃ 기름과 만난 치킨이 튀겨지며 노릇노릇한 색깔로 변하는 모습에 교육생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20대부터 60대까지 각자 ‘사연’을 품고 치킨집 창업에 도전하는 2022학년도 첫 치킨대학 입학생들이다. 이들이 튀기는 ‘생애 첫 치킨’은 침울한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창업 성공을 위한 실낱같은 꿈이었다.
지난달 28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치킨 프랜차이즈 전문 교육기관 ‘치킨대학’을 찾았다. 비비큐(BBQ)가 2003년 설봉산 자락 26만4462㎡ 부지에 2개동 규모로 설립한 치킨대학을 거쳐 간 수료생만 현재까지 3만여명에 달한다. 이날은 한 달 안에 경기·대구·제주 등에 비비큐 매장 개점을 앞둔 17명의 예비 가맹점주들이 주력 메뉴 ‘황금 올리브유 치킨’을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예비점주들은 치킨대학에서 2주간 합숙 교육을 받고 수료증을 받아야 점포를 운영할 수 있다. 치킨대학은 2주 단위로 신입생을 받고, 현재는 723기 예비 가맹점주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주말 이틀동안 가족 단위 치킨캠프도 진행해왔지만 코로나가 확산한 뒤 중단됐다.
■ 20대 부부 절박함…“쌍둥이 딸 위해 꼭 성공”
실습실에서 만난 윤도경(27)·김유하(28) 부부의 표정은 다소 경직돼 있었다. 이들은 교육 참가자 중 가장 어린 예비 점주로, 오는 15일 제주 시외버스터미널점 창업을 앞두고 있다.
윤씨는 “집에서 편하게 시켜먹던 치킨이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배달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밑간 양념을 한 생닭을 반죽가루에 15번 버무리고, 165℃의 기름에 10분간 튀겨 내 1분간 기름 빼는 작업을 거친 뒤 포장하는 과정 전반이 윤씨 노트 몇장에 걸쳐 빼곡히 적혀 있었다. 전국 1800여개 매장에서 동일한 맛과 품질의 치킨을 만들기 위해 개발된 ‘비법’을 배운 윤씨 부부는 노트를 참고해 치킨을 튀기는 연습을 반복했다.
사회 초년생인 20대 부부에게 치킨집 창업은 큰 도전이다. 건물 보증금을 포함해 약 9천만원의 창업비용을 마련하고, 매장운영을 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는 결심이 서기까지 수개월간 고민을 거듭했다. 부인 김씨는 “4살짜리 쌍둥이 딸을 위해서라도 꼭 창업에 성공하고 싶다. 애들이 학교 가기 전까지 대출금을 모두 갚고 가게가 안정적으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 영남이공대점 개점을 앞둔 하태영(51)씨의 표정에도 기대와 걱정이 교차했다. 그는 대학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다가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문을 닫고 프랜차이즈 창업에 재도전 중이다. 하씨는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창업하는 예비 점주들 모두 절박함을 가지고 이곳에 왔다”며 “하루 12시간 넘게 교육을 받고 매일 아침 시험을 보는 과정이 힘들지만, 한단계 한단계 통과할 때마다 창업에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긴다”고 말했다. 각자 사연을 품은 예비 점주 17명에게 치킨대학은 생계를 건 절박한 도전이자 창업 성공의 꿈을 꾸는 공간이었다.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비비큐 부설 치킨대학 건물 앞에 닭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 1800개 매장 같은 맛 비법은 ‘매뉴얼화’
이날 치킨대학에서 만난 박종철 세계식문화과학기술원장은 “치킨의 맛은 과학”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전세계 가맹점에서 동일한 맛과 품질의 치킨을 만들어내는 영업 기밀은 수많은 연구와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결과물”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치킨대학 내 ‘세계식문화과학기술원’에선 20여명의 석·박사급 연구원들이 신메뉴 개발부터 프랜차이즈 제품의 맛과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연구개발(R&D)에 몰두하고 있다고 했다.
전국 매장에서 똑같은 치킨 맛을 내는 비법은 철저한 매뉴얼화였다. 비비큐는 같은 생산 공정을 거친 염지된 닭을 가맹점에 배송하는 단계부터 생닭 손질과 숙성법, 반죽가루·양념·올리브유 사용량, 조리시간까지 매뉴얼로 만들어 가맹점에 전달하고 있다. 박 원장은 “1% 맛의 변화를 막기 위해 전국 매장에서 동일한 사이즈의 반죽 그릇과 국자, 집게 등 조리기구를 사용하고, 닭 반죽을 묻히는 횟수와 강도까지 철저히 계산해 매뉴얼을 만든다”고 했다. 본사에선 가맹점 불시 점검을 통해 매뉴얼에 따라 치킨을 튀기고 있는지 여부를 관리·감독한다. 최근엔 미국, 중국, 동남아 등 해외 매장이 500여개로 늘어나 현지에 최적화한 맛과 품질을 내기 위한 연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비비큐는 치킨대학을 2025년까지 4년제 종합대학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맥도널드를 넘어 세계 최고 프랜차이즈가 되기 위해선 교육 투자가 중요하다는 윤홍근 회장의 경영철학에 따라서다. 홍기풍 경영개발원 창업교육팀장은 “한국의 치맥(치킨+맥주) 문화에 대해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장을 열려는 국외 관계자들의 문의와 입소도 늘어나고 있다”며 “치킨대학은 전세계 5만개 가맹점 달성 목표를 위한 핵심 교육기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천/글·사진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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