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내년 4월 비건 전문 식당인 베지가든 레스토랑의 문을 연다. 사진은 식당 주요 메뉴인 더블치즈 아보카도 버거. 농심 제공
비건 레스토랑, 식물성 안주, 대체육 코너….
식품·유통업계가 ‘비건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채식 인구 증가세와 맞물려 친환경·가치소비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기업들이 비건 시장에 앞다퉈 뛰어든 결과다.
농심은 식물성 재료로 만든 음식만을 제공하는 비건 전문 식당 ‘베지가든 레스토랑’을 내년 4월께 잠실 롯데월드몰에 열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농심은 그간 비건 상품을 출시한 경험을 살려 버거와 스테이크, 파스타, 디저트 등 총 20여개의 메뉴를 선보일 계획이다. 식품 기업이 비건 레스토랑 운영을 결정한 것은 업계 최초다. 농심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들이 비건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플래그십 점포 형식으로 문을 연 뒤 추가 점포 개설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형마트에선 기존 정육 판매대 자리에 대체육이 비집고 들어가고 있다. 이마트가 이달 초부터 수도권 20여개 점포 정육 코너에서 푸드테크 스타트업인 ‘지구인컴퍼니’가 개발한 대체육 판매를 시작한 건 최근 비건 식품 소비 성향을 반영한 의미있는 사건이었다. 홈플러스가 지난 10월말부터 전국 주요 점포 50여곳에 비건 상품을 모아 놓은 비건존을 운영하는 등 대형마트들이 비건 코너를 확대하고 있지만, 정육 코너에서 대체육을 판매하는 건 이례적이다.
소비 트렌드 반영이 빠른 편의점에선 비건 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씨유(CU)에선 지난달 식물성 참치를 활용한 채식주의 참치마요 삼각김밥을 출시했는데 이달 첫째주(1∼8일) 집계 결과 삼각김밥 분야에서 해당 상품이 판매량 1위에 올랐다. 채식주의 도식락과 채식주의 마요유부초밥 등의 비건 간편식도 판매순위 최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지에스(GS)25의 경우 식품을 넘어 디제이앤에이(DJ&A) 머쉬룸칩과 포테이토웨지스오리지널 등 안주 분야까지 비건 상품을 확대한 결과 올해 상반기에만 비건 상품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18배가량 늘었다.
유통업계가 비건 마케팅에 집중하는 건 비건 인구 증가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채식비건협회는 2008년 15만명이던 국내 채식인구가 올해 250만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채식 식당 수와 쇼핑몰 판매량, 한국인의 식습관 변화 등을 감안해 현재 전체 인구 중 4~5%를 채식 인구로 추산한 결과이고 향후 식문화 변화에 따라 비율은 더 늘 수 있다. 건강을 위해 채식 즐기는 간헐적 채식주의자도 증가 추세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 5월 발표한 ‘대체 단백질 식품 트렌드와 시사점’을 보면, 대체육이 2030년 전 세계 육류 시장의 30%를, 2040년에는 60% 이상을 차지해 기존 육류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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