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프랜차이즈 점포 앞에 수능 관련 상품 이벤트 전단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수능 특수가 없어졌어요.”
서울 은평구에서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운영하는 김아무개씨는 지난해보다 수능 기획 상품(찹쌀떡, 초콜릿 등)을 30%가량 적게 들여놨다.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뒤 수능 때 관련 상품 판매량이 절반가량 준 것을 고려했다.
1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유통업계는 대목으로 통하던 ‘수능 마케팅'을 점점 축소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수능 응원 상품들이 자취를 감춘 게 대표적인 예다. 별도 매대를 만들어 수능 과자와 함께 휴지(잘 풀어라), 포크(잘 찍어라) 등 상품을 판매하던 기획전은 2~3년부터 더는 진행하지 않는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데이 마케팅’을 진행하는 게 발렌타인·화이트데이와 크리스마스, 핼러윈 정도로 줄었다”라며 “코로나로 대면이 어려워졌고, 수능 전에 친구나 가족이 선물을 사주던 문화도 점점 없어진 영향”이라고 말했다.
식품·제약 업계도 비슷한 분위기다. 매해 수능 전부터 수험생들에게 응원 메시지와 비타500을 보내는 수능 캠페인을 이어오던 광동제약은 올해 별도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았다. 수능 전 비타민 영양제 등 판매 행사를 해오던 일동제약과 조아제약 등도 별다른 수능 마케팅 없이 넘어갔다.
수능 응시자 수 감소도 수능 마케팅 축소에 영향을 미친 요인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연도별 수능 응시현황’을 보면 2000년 86만8000명이던 수험생 수는 2010년 63만 8000명에서 올해는 50만 9821명으로 점점 줄고 있다. 수시 대학 입학 비중도 늘어나 수능에 대한 중요도도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여기에 코로나 장기화로 비대면 수업이 늘어나면서 친구와 선후배끼리 수능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가 희미해졌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대비 판매로 이어지지 않는 수능 전 마케팅보다 매출로 이어지는 수험생 할인 행사를 하거나 연말 전 가족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우선할 계획”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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