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공간에 구현된 씨유 제페토 한강점의 모습. BGF리테일 제공
유통기업들이 메타버스(초월을 의미한 ‘메타’와 우주를 뜻한 ‘유니버스’ 합성어)를 마케팅뿐만 아니라 직원 채용 등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문화가 확대한 분위기와 맞물려 메타버스를 활용한 마케팅이 주목을 받으면서다.
1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엠제트 세대(MZ·밀레니얼+Z세대)가 주요 소비층인 편의점이나 식품 유통기업 등에서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편의점 씨유(CU)는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한강점과 교실매점을 연이어 열고 가상에서 현실 매점을 간접 체험할 수 있게 했다. 한강공원에 있는 편의점 외관을 구현한 제페토 한강점에는 실제 브랜드 상표의 라면, 과자, 삼각김밥, 음료 등이 구비돼 ‘가상 구매’할 수 있다. 아직 가상 세계에서의 구매가 현실 구매로 연동되지 않지만, 가상에서 ‘보물찾기 쿠폰’을 획득할 경우 실제 매장에서 물건으로 교환할 수 있다. 씨유 관계자는 “메타버스가 익숙한 젊은 세대와 한국 편의점에 관심 많은 외국인에게 마케팅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씨유 가상매장에서 9월 한달간 아바타가 사용하는 패션아이템 28만여개가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제맥주 회사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도 이달초 진라거 출시를 기념해 메타버스에서 경기도 이천 브루어리 공장 투어를 진행했다. 이천 공장과 동일한 가상세계 공간을 만든 터라, 실제 생산 설비를 보면서 맥주 생산 공정을 견학하는 것과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
세븐일레븐이 2021년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면접을 메타버스에서 진행했다. 세븐일레븐 제공
현실과 연동되는 메타버스도 있다. 세븐일레븐이 메타버스에서 신입사원 채용면접을 진행한 게 대표적이다. 세븐일레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면접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지난 6~7일에 메타버스에 가상 채용면접장을 만들어 서류전형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한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자들은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공간에 대기하다가 순서에 맞춰 면접장에 들어와 화상으로 면접을 보는 채용방식이 이색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되는 메타버스 공간이 향후 주요 소비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정연승 한국유통학회장(단국대 경영학과 교수)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커머스(전자상거래)의 소비를 이끄는 모바일 시장을 대체할 차세대 플랫폼으로 메타버스가 거론된다”며 “증강현실(AR) 같은 가상체험 기술이 더 발전해 소비자들이 가상에서 공감각을 느끼는 수준이 되면 몰입도가 증가해 실제 현실에서 구매와 연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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