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은 죽지 않았다>의 저자 마티아스 슈판크. 사진 Marcel Boldu
올 2분기 쿠팡과 이마트는 똑같이 5조원대 매출을 내놨다. 28년째 건재한 국내 대표 대형마트를 이커머스 사업에 뛰어든 지 7년차된 신생 기업이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온라인 쇼핑 산업에 날개를 달아줬다. 쿠팡 매출이 불과 1년 만에 1.7배 늘어난 배경이다. 시장이 평가한 기업가치(시가총액)는 이미 쿠팡(69조원)이 이마트(4조8천억원)를 압도한다.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갖는 위기감은 전세계적이다. 하지만 “오프라인은 죽지 않는다”란 단호한 목소리도 있다. 경력 25년이 넘는 유통업계 매장 기획 및 구성(비주얼머천다이징·VMD) 전문가로 일한 마티아스 슈판크도 그 중 한명이다. 그는 현재 미국·유럽에서 VMD 에이전시 빅아이디어스(BIG IDEAs)를 창립해 운영 중이다. 지난 6월 국내에 번역·출간된 책 <오프라인은 죽지 않았다>(에쎄) 덕택에 국내 유통업계에도 제법 알려져 있다. 오프라인 유통의 가능성을 주제로 지난 15일 전자우편으로 그를 인터뷰했다.
― 코로나19를 계기로 사람들은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졌다. 소비자가 다시 오프라인으로 돌아갈 이유가 있나.
“코로나19가 전자상거래 시장 성장을 가속화하했다. 기성세대조차 온라인 쇼핑을 택하고 있다. 속도나 편의성, 제품 다양성과 같은 온라인 쇼핑 장점이 오프라인에서도 제공돼야 한다. 오프라인 고유의 장점도 훨씬 더 강해져야 한다.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과 같은 부가가치를 제공해야 하고, 공동체의 일부가 돼야한다.”
― 공동체의 일부가 된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뜻인가.
“지역사회의 일부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스포츠웨어 브랜드 룰루레몬은 요가 강좌를 개설해 마음맞는 고객들의 커뮤니티 허브가 됐다. 이 매장은 매주 한번씩 제품을 옆으로 치우고 무료 요가 스튜디오로 바뀐다. 고객들의 매장 방문 빈도와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자 매출도 올랐다. 직원들은 고객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고객의 욕구와 목표 등을 이해할 수 있다.”
― 당신은 책에서 ‘TBYB’(Try Before You Buy, 사기 전에 써봐라)를 오프라인 매장 성공 전략 중 하나로 꼽았다.
“오프라인 상점의 주된 장점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바로 테스트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보고, 만지고, 듣고, 냄새를 맡고 맛볼 수 있다. 놀이나 학습 영역도 만들 수 있다. 여기서 소비자는 즐거움을 느끼며 때로는 배운다. ‘번거로움 없이’ 경험할 수 있다. 온라인몰에선 불가능하다.”
― 백화점이나 쇼핑몰 같은 유통 브랜드 못지 않게 나이키·삼성 등 제조사 브랜드도 많이 소개했다.
“책에 소개한 50여개의 모범 사례들은 모두 기존의 ‘고객 경험’과 관련한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해결책을 보여준다. 업종에 관계 없이 트렌드를 따르면서 새로운 아이디어에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변화’는 역설적으로 세계화되고 디지털화된 세계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상수다.”
― 여러 모범 사례 중 베스트 사례를 꼽자면.
“인테리어 체인 ‘홈디포’의 사례다. 홈디포는 매장 내 인테리어 쇼핑의 약점을 극복했다. 보통 원하는 제품을 찾을 수 없거나 아예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홈디포는 온라인-오프라인을 연결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매장에서 홈디포가 개발한 앱에 접속하면, 찾는 상품의 통로와 선반을 알려주며 최단 경로를 안내한다. 나아가 집에서 고장난 제품을 미리 찍으면 이미지 검색으로 비슷한 제품 목록이 표시된다. 패션 브랜드 ‘아일린 피셔’의 혁신적인 업사이클링(새활용) 전략도 소개하고 싶다. 요즘 패션의 수명은 유행 주기 때문에 실제 물리적인 수명보다 짧다. 아일린 피셔는 고객이 원하는 만큼 제품을 착용한 뒤 반품을 받는다. 고객이 옷 한벌을 반품하면 어느 매장에서도 쓸 수 있는 5달러짜리 바우처를 준다. 이렇게 재판매 대상으로 선정된 의류는 친환경적으로 세척해 저렴하게 재판매한다.”
―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디지털 기술을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오프라인 ‘아마존 북스’ 상점은 매우 스마트한 방법을 활용 중이다. 재고 선택과 구성은 온라인에서 축적한 고객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매장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책들은 아마존닷컴에서 최소 별점 4점을 받았다. 특별 코너에서는 온라인 스토어에서처럼 ‘이 책이 마음에 드시면…’이라는 원칙에 따라 알려준다. 매장에는 고객이 진정 원하는 아이템만으로 가득찬다.”
― 오프라인 경험 혁신을 위해선 개별 브랜드 및 매장에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약점이 기회의 창이다. 고객에게 매장에서 어떤 점이 마음에 드는지, 특히 어떤 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물어야 한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전략을 개발해 일반 고객은 물론 고객 개개인에게도 맞출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 내일의 새로운 전략은 모레쯤이면 이미 어제의 전략이 된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아마존 북스. BIG IDEAS Visual Merchandising
국내에서도 매장 안에서 진행된 룰루레몬의 요가 클래스. 룰루레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