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쉽게 마실 수 있는 ‘캡슐커피’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캡슐커피 용기 재활용을 위한 분리배출이 어렵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 가운데 네스프레소를 제외한 다른 제조사는 캡슐 회수 프로그램도 운영하지 않고 있어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4월 주요 21개 캡슐커피 제품의 용기재질을 확인했더니, 4개 상품은 알루미늄, 17개 제품은 플라스틱(폴리프로필렌,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 등)이 주된 재질이었다. 재질 자체는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정작 제품의 구조적인 특성으로 인해 사실상 분리배출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캡슐커피란 가공 및 로스팅 과정 등을 거친 원두를 진공 포장한 커피로, 집에서도 손쉽게 에스프레소를 일정하게 추출할 수 있도록 해준다.
캡슐커피 용기를 분리배출하기 위해서는 뚜껑을 분리하고 본체에 남은 커피찌꺼기를 완전히 제거해야 하지만, 밀봉된 용기의 구조적 특성상 분리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소비자원이 최근 1년 이내에 캡슐커피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캡슐커피를 일반쓰레기로 배출하는 소비자는 41.4%(207명)에 이르렀다.
제도적인 한계도 있다. 캡슐커피는 내용물 용량이 30g 이하로, 재활용 의무대상 포장재 중 분리배출 표시 예외 품목이라서다. 이런 예외 품목은 개별 용기에 재활용 도안 및 재질 표시가 없다. 소비자가 캡슐용기의 이물질을 완전히 제거하고 재활용 쓰레기로 배출해도 작은 크기라서, 혹은 알 수 없는 재질이라는 등의 이유로 선별 과정에서 일반쓰레기로 버려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캡슐커피 시장은 2018년 1037억원에서 지난해 1980억원 규모(유로모니터)로 커졌지만, 제조사의 회수 프로그램은 미비한 실정이다. 소비자원은 국내 유통되는 조사대상 21개 상품 중 3개 상품(오리지널, 버츄오, 스타벅스 앳홈(네스프레소 호환용))을 판매하는 네스프레소만 프로그램을 시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유럽 등 해외에서는 네스프레소뿐만 아니라 일리, 네스카페 등 조사대상 8개 브랜드가 캡슐 회수 프로그램을 실시 중이다.
소비자원이 이번에 조사한 대상 제품으로는 가리발디, 까라로(네스프레소 호환, 돌체구스토 호환) , 네스카페, 네스프레소(버츄오, 오리지널), 던킨, 라바짜, 벨미오, 보르보네, 스타벅스 앳홈(네스프레소 호환, 돌체구스토 호환), 일리, 청호나이스, 치보, 카피탈리, 커피빈, 큐리그, 타시모, 탐앤탐스, 폴바셋 등 네이버 쇼핑 캡슐커피 검색 기준 브랜드 상위 21종이다.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소비자원은 캡슐커피 제조사에 캡슐 회수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소비자 참여 활성화 방안 마련을 요청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분리배출 및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캡슐용기 개선도 함께 권고할 계획이다. 아울러 소비자에게는 사업자가 운영하는 캡슐 회수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