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연합뉴스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ㄱ기업은 오는 10월부터 어린이용 치약을 3개씩 묶어 팔 수 있는지 알지 못해 답답해하고 있다. 환경부에서 재포장 금지 규정에 따라 ‘바코드 없는 낱개 제품’도 3개 이하로 묶어 재포장한 경우엔 과태료 처분을 내린다고 했기 때문이다. 사탕과 껌 정도만 단위제품(최소판매단위)으로 보고 예외 대상으로 예시를 든 탓에 ‘어디까지 묶음이 가능한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 기업 관계자는 “단위제품 범주가 명확하지 않아 현업에선 혼란이 크다. 보다 구체적인 지침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 사탕·껌 아니면 묶어서 못판다?…제조사는 환경부에 ‘호소중’
9일 환경부와 유통·식품업계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오는 10월1일(제조일 기준) 이후부터 원칙적으로 바코드가 없는 낱개 제품도 3개 이하로 묶어 재포장해 판매하는 유통·제조사, 판매자는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지난 6월30일 환경부가 내놓은 ‘재포장 점검 가이드라인’에 따라서다. 환경부가 예시로 든 예외는 사탕·껌·젤리 정도다. 낱개 판매하지 않는 작은 단위의 식품 정도만 재포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닐이 아닌 고리나 띠지를 활용해 3개까지 묶음 판매하는 것은 허용된다. 만두 등 냉동식품이나 우유에 묶음 판매가 활발한 까닭이다.
논란은 제품 특성상 고리 등을 쓸 수 없는 제품에서 일고 있다. 제과업계는 한 번에 포장하면 부서질 수 있는 비스킷을 3개 포장에 나눠 담는 것은 안 되느냐고 정부에 질의를 넣었다. 식품업계도 2인분씩 묶어 팔던 냉동볶음밥을 1인분씩만 팔아야 하나란 고민에 빠졌다. 화장품 업계도 사탕보다 조금 더 큰 스킨·앰플 등은 묶어서 판매할 수 있는지 해석을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결국 환경부도 ‘규정의 모호성’을 인정하고 오는 10일 업계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3개 이상 묶음판매 불가 품목에서 제외된 사탕, 껌, 젤리. 환경부 제공
■ 우여곡절 겪는 재포장금지법…또 한번 유예?
재포장 금지법(제품의 포장 재질·방법에 관한 기준에 관한 규칙)은 과대포장을 없애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서 제정됐다. 하지만 전면시행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는 중이다. 애초 지난해 7월 시행 예정이었지만, ‘묶음포장 할인 금지법’이라는 오명을 쓰며 예정 시행일을 약 열흘을 앞두고 시행을 유예했다. 당시 시행 예정 규정이 4+1 형태로 라면을 재포장해 판매하는 행위도 금지한 게 논란을 촉발한 계기였다. 결국 정부는 4개 이상부터는 재포장이 가능하다고 규정을 고쳤다.
전면 시행일로 잡힌 10월1일도 지켜질지 불투명하다. 규정 해석의 모호성 외에도 규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업들의 설비 개편 작업이 뒤따르지 않고 있어서다. 환경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일부 기업에서는 외국산 설비 반입이 지연되고 있다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여러 의견을 듣고 종합적으로 (시행 시점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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