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식당가에 배달 오토바이가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배달앱 사업자들이 이에스지(ESG,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앞세우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면서도 또다른 한편에선 ‘한집 배달’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으며 탄소 배출을 늘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1인 가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배달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점을 염두에 두면 도로를 누비는 가솔린 오토바이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6일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앱 3사 설명을 들어보면, 지난 6월1일부터 포장·배달 주문 때 기본 제공하던 일회용 수저와 포크 등 식기류를 별도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제공 중이다. 소비자들이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부담이 큰 점을 염두에 두고 플라스틱 감축에 배달앱 3사가 함께 나서는 모양새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이밖에도 자영업자 대상 친환경 교육 ‘그린 클래스’와 배달비품 전문 쇼핑몰인 배민상회에서 가맹점들에 친환경 용기와 재생수지 봉투 등을 판매하고 있다. 배민은 일련의 친환경 행보를 ‘배민그린’이라고 묶어 부르기 위해 이달 중 상표권을 출원하기도 했다.
문제는 ‘한집배달’(단건배달) 서비스가 인기를 얻으면서 배달업계가 배달 차량의 탄소배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서비스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일 배민이 시작한 한집배달 서비스인 ‘배민1’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9년부터 쿠팡이츠가 선보인 인 한집배달 서비스가 시장에서 호응을 꾸준히 얻자 배민도 뒤따르는 흐름이다.
이 서비스는 기존 서비스보다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한다. 기존엔 배달원 1명이 1시간에 3~5건 주문을 묶어 처리했다면, 한건배달 시장에선 보통 1~2건을 소화하기 때문에 주문 건당 총이동시간과 총거리가 길 가능성이 크다. 허승은 녹색연합 팀장은 “한집배달을 없앨 수 없다면 전기오토바이를 도입하는 것도 탄소 배출을 줄이는 한 방법”이라고 짚었다.
업계에서도 전기차와 전기오토바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019년께 전국 직영점포의 배달용 오토바이 1400여대를 순차적으로 전기오토바이로 교체한다고 밝힌 한국맥도날드의 경우 현재 교체율이 96%에 이른다. 쿠팡이츠는 조만간 ‘쿠팡이츠 마트’ 직고용 배달원들을 대상으로 서울 송파구 지역에서 전기오토바이 20대가량을 도입할 계획이다.
다만 배달원 상당수가 직고용이 아닌 그때그때 콜을 잡아 움직이는 특수고용노동자인 터라 전기오토바이나 전기차로 배달 기기를 모두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고용 형태가 다양해 전기오토바이를 단시간에 확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친환경에 대한 고객들의 높은 요구 등을 염두에 두고 적절한 방안을 계속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