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이 GS홈쇼핑과 합병으로 곧 출범할 ‘통합 GS리테일’의 핵심 전략을 공개했다. 편의점과 수퍼마켓 등을 배송 기지로 삼아 주문에서 배송 완료까지 시간을 대폭 단축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 회사는 주문 시점부터 최장 2시간내 배송을 제시했다.
GS리테일은 30일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통합 GS리테일’ 구상안을 발표했다. 통합 법인은 오는 7월1일에 출범한다. 구상안을 보면, 통합 법인은 전국에 모세혈관처럼 퍼져 있는 편의점 1만5천여곳을 배송 거점으로 삼는다. GS홈쇼핑 방송을 보다가 상품을 주문한 소비자에게 편의점에서 1~2시간 이내에 배송하게 한다는 것이다. ‘짧은 배송’은 신선도 유지가 관건인 채소나 과일 등 신선식품 판매에 유리하다.
이 회사의 전략은 최근 유통·배송업계의 화두인 ‘라스트마일’ 경쟁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라스트마일은 생산부터 소비자까지 이어지는 유통 단계에서 소비자가 물건을 받는 가장 마지막 단계를 뜻한다. 그간 쿠팡 등 주요 온라인몰 업체들은 수도권 외곽에 대형 물류센터를 지어 전국을 ‘당일·하루배송 권역’으로 만든 바 있다. 최근의 라스트마일 경쟁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주문부터 배송까지의 시간을 하루보다 더 당기려는 업체 간 각축전을 가리킨다. 실제로 도심 곳곳에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한 이마트나 롯데쇼핑 등은 마트 일부 공간을 물류센터처럼 바꿔 온라인 배송작업장으로 쓰고 있다.
전국에 흩어진 편의점을 보유한 GS리테일로선 대형마트보다도 배송 속도 측면에서는 좀더 강점을 갖고 있다. 최근 온라인 쇼핑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이베이코리아를 사들인 신세계 이마트나, 물류 인프라가 탄탄한 씨제이(CJ)대한통운과 손잡은 네이버 등의 전략과도 차별화된다. GS리테일의 구상이 자리를 잡는다면, 즉시배송(퀵커머스) 분야에서 GS가 탄탄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고 회사 쪽은 기대한다. 다만 편의점 공간의 물리적인 한계도 있는 만큼 많은 상품 가짓수를 취급하기 어려워 효율적인 물류 관리 중요성은 더 높아진다.
GS리테일은 이런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4월 배달 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의 지분 19.5%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 21일엔 자체 배달앱 ‘우딜-주문하기’(우리동네딜리버리)를 열었다. 지난해 8월 도보배달 서비스 제공자를 모집한 앱(우딜)에서 7만5천여명을 확보하면서, 소비자가 주문하는 배달 플랫폼도 내놓은 것이다. 기존엔 편의점 상품을 배달앱 요기요를 통해서 주문을 받았다.
이 회사는 향후 5년에 걸쳐 근거리 배송 경쟁력 확대 등을 위해 1조원 가량 투자할 예정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초기엔 자체 편의점·홈쇼핑 상품 배송을 하지만, 향후 다른 기업의 상품까지 물류대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5년까지 연간 거래액(취급액 기준)을 25조원까지 키운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 거래액은 약 15조5천억원이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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