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SUV’ 인제스피디움 첫 질주 10년 전부터 N모델 개발 박차, 2017년 첫 출시 뒤 4만대 팔아 모터스포츠 불모지 성과는 미미…“고성능 전기차 성능 개선 필요”
현대자동차 ‘코나N’이 인제스피디움을 달리고 있다. 현대차 제공
지난 16일 강원도 인제군의 총 3.9km 길이 자동차 경주장(인제스피디움)에서는 아침부터 서킷을 질주하는 자동차들의 엔진음이 귀를 찔렀다. 현대차의 신차 ‘코나 엔(N)’을 처음 선보이는 자리다.
코나N은 현대차의 고성능 차 브랜드인 N을 붙인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현대차는 독일 베엠베(BMW)의 M시리즈, 벤츠 AMG 같은 스포츠카급 자동차를 만들겠다며 10여 년 전부터 N모델 차량 개발을 추진해왔다.
N모델은 회사에 돈을 벌어다주는 차는 아니다. 현대차는 2017년 최초로 N차량을 출시해 2018∼2020년 3년간 4만대를 팔았다. 벨로스터N, i20N, i30N 등 N모델 3종의 올해 1∼5월 판매 대수는 국내·외를 합쳐 4400대에 그친다.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그룹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0.2% 수준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N모델이 시장에서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급 차, 고성능 차, 전기차 등 완성차 업체의 3대 축 중 고성능 차 분야에서는 현대차가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날 시승한 코나N에도 인지도 낮은 고성능 차를 만드는 현대차의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코나N은 요즘 인기 있는 SUV에 자동차 경주장을 달릴 수 있는 고성능을 결합한 ‘짬짜면’ 같은 차다. 실제 인제스피디움에서 주행해보니 가속 성능이 평균을 넘고 코너에서 자동차 바퀴가 미끄러져도 자세를 흐트리지 않는 고성능 차의 기본기를 갖추고 있었다. 비싼 스포츠카는 아니지만 일상적인 주행과 레이싱을 둘 다 할 수 있는 가성비를 노린 것이다.
현대차는 코나N 같은 N모델 신차를 계속 내놓고 모터스포츠 대회 출전, 인프라 확대 등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와 손잡고 충남 태안에 총 4.6km 길이 주행 시험장을 건설 중인 것이 대표적이다.
모터스포츠 불모지로 통하는 국내에선 자동차 전용 주행 시설도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인제스피디움의 경우 2013년 개장해 현재까지 한 해도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다. 2010년부터 11년간 누적 순손실은 2700여억원, 지분 100%를 보유한 태영건설이 지난 4년간 투입한 돈만 1천억원을 넘는다. 주주들 사이에선 ’밑 빠진 독’이라는 불평도 나온다.
현대차가 고성능 차 개발과 모터스포츠 인프라 구축 등에 계속 돈을 넣는 것은 ‘가격이 적당하고 성능은 고만고만한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다.
현대차 관계자는 “서울대를 목표로 공부하면 서울에 있는 대학을 비교적 쉽게 갈 수 있듯 고성능 차를 계속 개발하는 과정에서 자동차 제조 기술력이 전반적으로 올라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오너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고성능 차를 좋아하는 것도 투자를 지속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국내 대표 모터스포츠 전도사인 곽창재 앨빈모건 실장은 “현대차가 세계 최대 오프로드 자동차 경기인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 참여한 지도 20년을 넘었다. 최근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국내 인식과 달리 세계적으로 위상이 꽤 높아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김필수 교수는 “독일 포르쉐가 최초의 고성능 전기차 타이칸을 내놓은 것처럼 현대차도 변화한 자동차 산업 환경에 맞춰 내연기관이 아닌 고성능 전기차를 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