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자동차 부품업계에서 잇따라 구조조정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이달을 기점으로 차 부품 산업의 위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뒤따른다.
8일 <한겨레> 취재 결과, 자동차용 조명 부품 제조업체 금호에이치티(HT)는 지난달부터 사무직 직원들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이달 초까지 21명이 신청서를 냈다. 회사는 전체 고용 인력(3월 말 기준 531명) 중 약 6%를 감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의 2차 협력사인 금호에이치티는 자동차용 백열전구와 엘이디(LED) 모듈을 납품한다. 국내 자동차용 백열전구 시장에서 약 94%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회사 쪽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영난이 악화돼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쌍용자동차와 한국지엠(GM), 르노삼성자동차에 에어컨 부품을 납품하는 1차 협력사 대한칼소닉도 최근 직원들에게 희망퇴직 실시 계획을 공지했다. 회사 쪽 관계자는 “쌍용차 등의 상황이 몇 년 전부터 악화된데다 코로나19 이후 물량이 더 줄어들자 내린 결정”이라며 “감원 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내장재 제조업체인 아성프라텍, 자동차용 탄소 브러시를 만드는 에이브이오(AVO)카본코리아 등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효림산업도 구조조정을 검토 중이다.
수출길이 막힌 완성차 공장들이 이달에도 상당 기간 휴업을 하는 만큼 앞으로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 울산1공장은 지난 5일과 8일, 울산4공장 포터 생산라인은 지난 1∼5일 가동을 중단했다. 기아차 광주2공장과 광주3공장 봉고 트럭 생산라인, 소하리1·2공장 모두 나흘 이상 휴업을 했다. 현대차 울산3공장은 오는 11∼12일에도 휴업에 들어간다. 현대·기아차 공장의 이달 후반부 휴업 일정은 아직 검토 중이다. 한국지엠 부평1공장도 지난달부터 일주일에 2∼3일 휴업하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 산업은 충격의 여파가 6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올해 초부터 위기가 시작된 만큼 이달을 기점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부품업체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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