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장의 승패는 결국 ‘신차 싸움’으로 귀결된다. 업체 간 경쟁은 피를 말리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이만한 호재가 없다. 새로운 디자인과 성능을 갖춘 신차의 출현은 차를 당장 살 계획이 없는 이들에게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올해 상반기는 8세대 쏘나타를 비롯해 ‘더 뉴 QM6’, ‘베리 뉴 티볼리’, ‘K7 프리미어’ 등 국내 5개 완성차업체를 대표하는 차종들이 새 얼굴로 바뀌었다. 하반기에도 신차 여러 종이 출시를 준비 중이다.
8세대 신형 쏘나타의 진화
올해 신차 시장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현대차의 8세대 쏘나타다. 5년 만에 완전히 바뀐 모습으로 돌아와, 스포츠실용차(SUV)에 밀려 주춤해진 중형차의 부활을 예고했다. 지난 3월 출시된 가솔린과 엘피지(LPG) 모델에 이어 이달 중 하이브리드 모델이, 다음달엔 터보 모델이 추가로 선보인다.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국내 양산차로는 처음으로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해 주행거리를 늘리는 신기술이 적용된다. 차량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자체 생산되는 전력만으로 1년에 1300㎞를 주행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쪽 설명이다.
터보 모델에는 엔진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인 ‘연속 가변 밸브 듀레이션’(CVVD) 기술이 처음으로 적용된다. 하경표 현대차 가솔린엔진 연구위원은 “신기술을 적용하면 엔진 성능은 4% 이상, 연비는 5% 이상 향상되며 배출가스는 12%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현대차는 공공연하게 ‘133년 내연기관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3세대 K5, 쏘나타 질주 따라잡을까
최근 10여년 동안 거셌던 스포츠실용차(SUV) 바람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차종이라면 중형 세단을 1순위로 꼽는다. 뒤로 밀려났던 중형차들이 쏘나타의 재기에 힘입어 반격에 나설 태세다. 먼저 기아차 K5가 9월께 3세대 완전변경 모델로 돌아온다. 신형 쏘나타에 적용된 3세대 플랫폼(차체 뼈대)을 기반으로 제작될 전망이다. 자세한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0 가솔린과 2.0 엘피지, 1.6 터보에 하이브리드 모델이 더해져 선택 폭이 더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관은 기아차의 디자인 정체성인 ‘타이거 노즈’(호랑이 코)를 앞세운 전면 디자인으로 기존 K5보다 한층 날렵해진다.
그랜저, 또 한 번의 변신
준대형 차급의 상징인 그랜저는 2017년, 2018년 연속 국내에서 베스트셀링카로 입지를 굳혔다. 이르면 10월 말 부분변경을 통해 또 한 번 변신을 꾀한다. 올 봄에 출시된 신형 쏘나타의 차체가 그랜저 못지 않게 커진 만큼 신형 그랜저도 덩치를 키울 것이란 예측이 많다. 최근 부분변경해 출시된 ‘K7 프리미어’처럼 현대·기아차의 차세대 엔진인 ‘스마트스트림 G2.5 GDi’ 엔진과 신형 쏘나타에 적용된 스마트키를 비롯해 다양한 안전·편의사양이 탑재된다.
제네시스 브랜드 첫 SUV, ‘GV80’
에스유브이 선호 흐름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하반기 또하나 눈여겨봐야 할 차종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에스유브이인 ‘GV80’이다. 현대차에서 독립한 고급 브랜드인만큼 제네시스 에스유브이는 고성능 프리미엄 차임을 강조한다. 지난 2017년 뉴욕오토쇼에서 공개한 콘셉트카를 기반으로 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스파이샷을 보면 세단인 ‘G80’보다 훨씬 큰 범퍼가 눈에 확 들어온다. 지금까지 프리미엄 고급 에스유브이 시장은 대부분 수입차가 장악해왔다. 포드 익스플로러를 비롯해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벤츠 CLS클래스, 베엠베(BMW) X6, 재규어 F-페이스, 포르쉐 카이엔 등이 대표급 차다. 1억원 안팎의 고가 수입차에 비해 제네시스 GV80은 5천만원대에서 출시가가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가격 경쟁력을 갖고 출발하는 셈이다.
국산 대형 SUV의 자존심, 모하비
기아차 모하비는 사실 명성만큼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하지만 현대차에서 ‘팰리세이드’를 내놓으면서 신형 모하비에 대한 기대는 한층 커졌다. 지난 3월 서울모터쇼에서 선보인 콘셉트카 ‘모하비 마스터피스’를 기반으로 담금질 중이다. 당시 모터쇼에서 모하비 콘셉트카는 미디어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아마도 전통 에스유브이 스타일을 계승하는 동시에 부분 변경 모델임에도 신차급의 파격적인 시도로 존재감을 강렬하게 드러냈기 때문일 것이다. 차량 앞면에는 새로운 대형 그릴을 배치했고, 파워트레인으로 후륜구동 기반의 3.0 V6 디젤 엔진을 앉혔다.
콜로라도, 렉스턴 스포츠에 도전장
한국지엠(GM)이 다음달 선보일 ‘콜로라도’는 쉐보레 브랜드의 정통 픽업트럭이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을 선점한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의 독주에 제동을 걸지가 관전 포인트다. 콜로라도는 픽업트럭의 본고장인 미국 시장을 주름잡은 쉐보레의 주력 모델 중 하나다. 쉐보레는 100여년 역사의 정통 픽업트럭을 표방한 콜로라도에 이어 9월에는 대형 에스유브이 ‘트래버스’를 내놓는다. 역시 정통 아메리칸 스타일의 에스유브이다. 전장 5189mm, 휠베이스 3071mm로 동급 최대 크기다. 차체가 큰 만큼 실내공간도 여유가 있다. 3.6 V6 직분사 가솔린 엔진을 탑재하고 최고출력 310마력, 최대토크 36.8㎏f·m의 동력성능을 갖췄다. 가격 경쟁력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지만, 한국지엠은 북미지역에서 높은 인기를 입증받은 만큼 소비자 호응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반전 노리는 르노삼성·쌍용차
르노삼성차는 지난달에 ‘더 뉴 QM6’를 내놓고 전열을 재정비 중이다. 극심한 노사 갈등을 겪은 뒤라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형 QM6는 2016년 출시 이후 3년 만에 선보인 부분변경 모델이다. 여기에 엘피지 모델이 가세하면서 QM6는 동급 차종에서 가장 폭넓은 파워트레인 라인업을 갖췄다. 르노삼성은 오는 9월 닛산 ‘로그’ 생산 물량을 대체할 신차 ‘XM3’의 수출 물량까지 확보해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쌍용차는 코란도 가솔린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쌍용차는 올해 상반기에 부분변경한 ‘베리 뉴 티볼리’를 포함해 새 차 3종을 내놓고 선전했지만 지난달 판매량이 급감하고 재고량이 쌓이자 공장가동을 일시 중단하는 긴급처방을 내렸다.
현대차 ‘베뉴’ vs 기아차 ‘셀토스’
7월 들어 첫 스타트를 끊은 차는 ‘베뉴’다. 현대차가 1인 라이프 스타일을 겨냥해 만든 소형 에스유브이로, ‘코나’보다 덩치가 작은 막내급이다. 현대차는 ‘혼라이프’라는 개념의 광고를 만들어 치고나왔다. 1.6 가솔린 엔진과 무단변속기가 조합됐고, 최신 안전사양이 기본으로 적용된다. 가격은 1400만원대부터다. 오는 18일 출시될 기아차 ‘셀토스’와의 정면승부가 예상된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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