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싱어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 자료사진
주당 배당금 2만원대 요구…현대차 “단기이익 노린 요구”
이사회 “현대차 주당 3천원, 모비스 4천원” 요청키로
표대결서 엘리엇 이기기 어렵지만 지배구조 재편 압박 효과
이사회 “현대차 주당 3천원, 모비스 4천원” 요청키로
표대결서 엘리엇 이기기 어렵지만 지배구조 재편 압박 효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에 배당 성향을 높이고 사외이사 추천권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했다. 다음달 열릴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6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전자공시를 보면, 엘리엇은 다음달 22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현대차에 보통주 1주당 2만1967원(총 4조5천억원)과 현대모비스에 보통주 1주당 2만6399원(총 2조5천억원)을 각각 배당할 것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이날 이사회에서 보통주 1주당 3천원을 기말 배당하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하기로 결의했다. 이사회가 결정한 배당성향은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이다. 엘리엇이 요구하는 배당 규모는 단기 이익을 노리는 무리한 요구라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현대모비스도 엘리엇의 요구에 반대하며 주당 4천원의 배당 계획을 지지해줄 것을 주주들에게 요청하기로 했다.
엘리엇은 또 현대차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존 Y. 리우 베이징사범대 교육기금이사회 구성원 및 투자위원회 의장과 로버트 랜달 맥이언 발라드 파워 시스템 회장, 마거릿 S 빌슨 CAE 이사 등 3명을 제안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윤치원 유비에스(UBS)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과 글로벌 투자 전문가인 유진오 전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 거버넌스(지배구조) 전문가인 이상승 서울대 교수(경제학) 등을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신규 사내이사로는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을 후보로 올렸다.
현대차는 “후보자들의 업무 경력 등을 검토하고 확인한 결과 전문성과 다양성 등의 관점에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자가 더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있다”라며 엘리엇의 요구를 거부했다. 현대차는 엘리엇의 주주제안으로 추천된 사외이사 후보자들에 대해 이해상충 등 경영상의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에도 로버트 앨런 크루제와 루돌프 윌리엄 폰 마이스터 등 2명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하자는 안건을 제안했으나 현대모비스는 이사회가 추천한 후보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열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총에서 배당 규모와 사외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엘리엇과의 표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엘리엇은 현대차 지분 3.0%와 현대모비스 지분 2.6%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시장에서는 표 대결에서 엘리엇이 요구를 관철하긴 어렵겠지만 지배구조 재편 작업을 진행중인 현대차그룹을 압박하는 카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