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대졸 신입사원 채용 방식이 올해부터 상시 채용으로 바뀐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직무별로 역량을 갖춘 인재를 수시로 뽑겠다는 것이다. 기존 정기 공채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다른 대기업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현대·기아차는 올해부터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본사 인사 부문이 관리하는 ‘정기 공개채용’에서 현업 부문이 필요한 인재를 직접 선발하는 직무 중심의 ‘상시 공개채용’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13일 밝혔다.
대규모 정기 공채를 없앤 이런 채용 방식의 변화는 주요 그룹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처음이다. 그룹 관계자는 “연간 2차례 고정된 시기에 공채하는 틀에 박힌 방식으로는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융·복합하는 산업환경에 맞는 인재를 제때 확보하기 어려워 채용 방식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채용 기회가 넓어져 회사와 지원자 모두 ‘윈윈’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국내 기업 대부분이 시행하는 정기 공채는 필요 인력 규모를 본사 인사 부문에서 예측한 뒤 모든 부문의 신입사원을 일괄 채용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정기 공채는 신입사원이 배치될 시점에 경영환경 변화로 상황에 맞는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거나 인력 부족 등의 문제가 종종 발생했다. 상시 공채는 부문별로 인력이 필요한 시점에 연중 수시로 선발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이런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 글로벌 기업이 신입과 경력을 가리지 않고 수시 채용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대기업 공채는 준비 기간을 포함하면 최소 6개월이 걸리는데 지금처럼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적재적소에 인재를 쓸 수 없을 뿐 아니라 글로벌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며 혁신을 주문했다고 그룹 관계자는 전했다.
현대·기아차는 본사 인사부서가 아닌 부문별로 특정 직무의 인력이 필요한 시점에 채용 공고부터 전형, 선발 등 모든 채용과정을 직접 진행할 계획이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희망하는 직무와 상관없는 ‘스펙’을 쌓는 대신 본인이 하고 싶은 일과 분야를 정하고 그 분야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는 데 집중하면서 연중 상시로 지원할 수 있게 된다. 또 입사 뒤 직무에 대한 세부 정보와 필요한 역량을 채용 공고를 통해 더 상세하게 알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의 산업환경에서는 인문학과 자연과학, 공학 등 다양한 지식을 두루 갖춘 융합형 인재가 요구된다. 부문별로 필요로 하는 융합형 인재 형태는 다를 수밖에 없는 만큼 앞으로 부문별 채용공고를 통해 요구하는 역량을 상세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과 엘지(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그룹 차원의 공채는 없앴지만 계열사별 정기 공채는 유지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2017년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폐지하면서 그룹 차원의 공채를 없애고 계열사별로 연 2회 공채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삼성 직무적성검사(GSAT)는 함께 치른다. 엘지그룹도 계열사별로 공채를 통해 신입사원을 뽑는다. 롯데와 신세계 등도 기존 채용 방식에 변화가 없다. 이랜드는 2017년부터 계열사별 상시 공채를 진행 중이다.
홍대선 최현준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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