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서울 양재동 사옥. <한겨레> 자료 사진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5천억원대로 떨어지면서 다시 ‘어닝쇼크’ 수준의 부진을 보였다. 지난 한 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2조원대로 떨어졌다. 이는 전년에 견줘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지난 2010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현대차는 24일 콘퍼런스콜을 열어 지난해 매출 97조2516억원, 영업이익 2조4222억원의 경영 실적을 냈다고 밝혔다. 판매량이 늘면서 매출은 전년보다 0.9%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47.1%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2.2%포인트 하락한 2.5%를 나타냈다.
판매량과 매출의 소폭 증가에도 수익성이 나빠진 것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의 부진과 통화가치 하락, 마케팅 비용 증가 등이 주된 원인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차 출시에 따른 자동차 부문 판매 개선에도 원·달러 환율 하락과 신흥국 통화 약세 심화 등의 외부요인과 더불어 기타 부문의 수익성 악화,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 비용 증가 등이 원가율 상승으로 이어져 수익성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우려를 키운 것은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 악화를 나타냈다는 점이다. 현대차의 4분기 매출은 25조66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011억원으로 35.4% 감소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시장의 평균 전망치인 7천억원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현대차는 지난 2017년 4분기에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진 이후 5분기 연속 1조원을 밑돌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도 어려운 경영 환경에 놓일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경제 성장 둔화 우려 속에 미·중 무역 갈등과 중국의 경기 둔화 등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며 불확실성이 짙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차그룹 산하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올해 미국과 유럽, 중국 등 3대 시장의 부진으로 세계 시장의 자동차 판매는 0.1% 증가한 9249만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시장은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에도 내수 경기 침체와 판매 기저효과에 따라 1.0% 감소한 179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현대차는 올해 신차를 앞세운 적극적인 시장 공략으로 반등의 계기를 찾을 계획이다. 지난해 말 출시된 대형 스포츠실용차(SUV) ‘팰리세이드’가 호평을 받고 있고 오는 3월께 5년 만에 간판급 중형차인 ‘쏘나타’ 신차를 선보인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스포츠실용차까지 가세하면 실적 회복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이 현대차가 주도하고 있는 수소전기차 지원으로 선회한 것도 호재로 꼽힌다. 현대차 관계자는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과 신규 디자인이 모두 적용된 신차가 본격 판매될 예정인 만큼 수익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 국내에서 71만2천대, 국외에서 396만8천대 등 468만대를 판매 목표로 제시했다.
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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