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정우 포스코 회장 명의로 배포된 기부 독려 편지와 동봉된 5만원. 포스코 직원 제공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최근 5만원이 담긴 편지를 임직원들에게 보내 연말 기부 활동에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연말에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에 쓰라는 좋은 뜻으로 받아들이는 직원들이 있는 반면, 낯선 기부 방식에 씁쓸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포스코는 최근 모든 임직원에게 1만원권 4장과 1천원권 10장 등 모두 5만원이 담긴 ‘사랑의 편지’를 보내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봉투에는 연말을 맞아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사용해달라는 최 회장 명의의 글이 동봉돼 있다. 최 회장은 편지글에서 “추운 겨울 외진 거리에서 도움을 기다리는 사람의 작은 바구니에 따뜻한 저녁 한끼로 들어가도 좋고, 구세군 냄비에 정성을 보태도 괜찮을 것”이라며 “어려운 이웃들에게 힘이 되어줄 것”을 당부했다.
이 봉투를 받아든 직원들 가운데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직원들이 월급에서 자투리 금전을 떼어내 기부할 돈을 모으기는 했어도,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기부할 돈을 직접 나눠주는 방식은 기부의 핵심인 자발성과는 거리가 먼 탓이다. 포항제철소에서 30년 가까이 근무중인 한 직원은 “십시일반으로 매월 월급에서 끝전을 모아 기부하기는 했어도 회삿돈을 나눠주고 기부를 독려하는 행위는 처음 본다”며 황당해했다. 다른 직원은 “취지가 좋더라도 이런 방식은 너무 생경하다. 집에 봉투를 들고 갔더니 아내가 연말 보너스로 생각하더라”고 했다.
포스코 직원 수가 1만7천명인 점을 고려하면 직원들에게 전달된 돈은 모두 8억5천만원이다. 전날 포스코그룹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출연한 불우이웃돕기 성금 100억원을 기부금으로 회계 처리하는 것과 달리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돈은 기타 급여 항목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의 12월분 급여계좌에서 개인소득으로 처리된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 차원의 출연과 달리 직원들도 선행에 동참하자는 취지에서 일정 금액을 나눠주는 것”이라며 “최 회장 취임 이후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의 경영이념을 실천하는 한가지 방식으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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