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작동 원리와 동력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물. <한겨레> 자료 사진
세계 최대 완성차업체인 폴크스바겐이 204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유럽 각국 정부가 가솔린과 디젤을 연료로 쓰는 내연기관 엔진 자동차 퇴출을 재촉하고 있는 가운데 1위 업체인 폴크스바겐까지 퇴출 시기를 밝힘으로써 세계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흐름은 한층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하엘 요스트 폴크스바겐 최고전략책임자는 지난 4일(현지시각) 독일 울푸스버그에서 열린 ‘한델스블라트 오토모티브 서밋’ 행사에서 “2026년이 마지막 세대 내연기관차 생산을 시작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2040년께에는 더는 내연기관차를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폴크스바겐 대변인은 “향후 8년 간 전기차에 더 집중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폴크스바겐은 친환경차 전략인 ‘로드맵 E’에 따라 2025년까지 순수 전기차(EV) 50종을 포함한 전기차 80종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폴크스바겐이 내연기관차 퇴출 시기를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동차업계에선 폴크스바겐이 밝힌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시기가 2040년이란 점을 고려하면 20여년이 남아있는데다 각국 환경 규제를 의식한 선언적 의미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지만, ‘탈내연기관’ 움직임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이른바 ‘디젤게이트’로 불똥이 튄 폴크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친환경 차종 확대를 선언하며 수십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었다.
‘디젤의 강자’였던 독일 차업체들이 탈내연기관 흐름에 올라탄 것은 배출가스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는 데 따른 것이다. 유럽 각국 정부는 내연기관차의 퇴출을 속속 선언하고 있다. 프랑스·영국 정부는 2040년부터 가솔린·디젤 차량 판매를 금지한다고 발표했고,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는 네덜란드·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추진 중이다.
미국의 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시행중인 대규모 구조조정도 내연기관차 생산 규모를 줄이는 대신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개발에 집중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스웨덴의 볼보는 내년부터 모든 차종에 구동용 전기모터를 장착할 계획이다. 당장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생산할 차종은 하이브리드차와 순수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만 생산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본 도요타도 “2025년부터 모든 차종에 전기구동 방식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기아차가 명시적으로 ‘탈내연기관’ 이정표를 밝힌 적은 없다. 다만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 14종을 포함한 총 38종의 친환경차를 개발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코나 일렉트릭, 니로 이브이(EV) 등 5종의 순수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넥쏘를 보유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모델 6종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4종을 포함해 모두 16종의 친환경차 제품군을 갖고 있는데 이를 대폭 확대해 탈내연기관 시대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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