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슈미트 현대차 유럽권역본부 최고운영책임자(COO). 현대차 제공
현대·기아자동차는 올해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세계 최대 시장에서의 고전을 만회한 곳은 유럽이었다. 지난 1~8월 유럽 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전년 대비 8%의 판매 성장률을 나타냈다. 유럽인들이 선호하는 소형·해치백 차종인 ‘i’ 시리즈의 선전 덕분이었다.
2일(현지시각) 개막한 프랑스 파리모터쇼에서 만난 토마스 슈미트 현대차 유럽권역본부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고성능 브랜드를 앞세워 유럽시장에서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모터쇼에서 현대차는 고성능차 브랜드의 세번째 모델인 ‘i30 패스트백 N’을 내놨다. 슈미트는 “고성능차 라인업의 확장을 통해 과거 가성비 좋은 브랜드에서 하이테크 이미지로 변신을 꾀할 것”이라고 했다.
스포스카 타입의 고성능 차량은 역동적인 가속력과 코너링, 세련된 외관으로 고급차 브랜드 시장에서 자존심을 건 경쟁이 치열한 차종이다. 현대차는 2015년부터 ‘N’이라는 브랜드로 고성능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유럽에서 ‘i30 N’을 출시했고 국내에선 지난 6월 첫 고성능 모델인 ‘벨로스터 N’을 선보였다. 앞서 기아차는 ‘스팅어’로,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인 ‘G70’로 고성능 스포츠 세단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고성능차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세계적 추세를 고려한 포석이다. 벤츠는 ‘아엠게’(AMG), 베엠베(BMW)는 ‘M’, 폴크스바겐은 ‘R’이라는 이름으로 고성능차 브랜드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슈미트는 “현대차는 도전적인 회사다. 문화적인 차이도 있지만, 현대차 특유의 ‘속도’에서 빠른 기술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친환경·고성능·스포츠실용차(SUV)를 통해 브랜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올들어 8월까지 유럽시장에서 71만5천여대를 판매했다. 판매 추이를 고려할 때 연말까지 100만대 판매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가 연간 100만대 이상 판매하는 국외 시장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유럽이 세번째다. 지난 1977년 현대차가 그리스에 포니 300대를 수출하며 유럽 시장에 진출한 이후 연간 판매 100만대를 돌파하기는 41년 만이다. 슈미트는 “유럽 성장 정체와 환경 규제 등 난관에도 10년 만에 베엠베(BMW) 등을 제치고 판매 순위 5위로 뛰어올랐다”며 “경쟁은 이제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했다.
슈미트는 ‘N’ 브랜드가 현대차에 고성능 이미지를 가져다줄 것으로 확신했다. 그는 “현대차는 순수전기차에서 수소전기차,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 모든 친환경 차량을 제공하는 유일한 회사다. 친환경 기술이 들어간 N 브랜드의 라인업 확대로 확실한 이미지 변신을 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리/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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