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옥. <한겨레> 자료 사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그룹에 지배구조를 개편하라고 재차 압박하고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 엘리엇이 지난달 현대차그룹에 서신을 보내 주주 가치 제고와 그룹 구조 개선을 위해 일부 핵심 계열사를 합병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엘리엇은 이 편지에서 현대모비스의 애프터서비스(AS) 부문을 현대차와 합병하고, 나머지 모듈과 핵심 부품사업을 물류업체인 현대글로비스와 합치는 안을 제시했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에 구조개편안을 논의할 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지만, 현대차그룹은 법적인 제약이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엘리엇의 제안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합병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두고, 정몽구 회장 일가로부터 현대차 지분을 사들여 지배구조를 재편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엘리엇은 또 계열사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주주 배당을 확대할 것도 요구했다.
엘리엇의 이번 제안은 지난 4월 현대차그룹에 보낸 서신 내용과 약간 달라졌다. 당시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을 통해 지주회사를 만들 것을 주장했다. 엘리엇의 제안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현재 시장 확대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합당한 여건과 최적의 안이 마련되는대로 절차에 따라 모든 주주와 단계적으로 투명하게 소통해 나갈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것을 뼈대로 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가 엘리엇을 비롯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잇달아 반대 의견을 밝히자 철회했다. 당시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과 관련해 주주 환원 확대 등의 추가 조처를 요구했고, 이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을 제안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보완·개선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엘리엇은 이번 제안이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고 그룹의 장기 전략을 가장 잘 뒷받침할 수 있는 구조를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현대차그룹 안팎에선 계열사 합병 등을 통해 더 큰 수익을 얻겠다는 계산에 따른 행동으로 보고 있다. 엘리엇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보통주 10억달러(약 1조500억원) 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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