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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BMW, 정직하지도 겸손하지도 않아”

등록 2018-08-30 14:40수정 2018-08-30 21:16

BMW에 소송 낸 달한센

1999년 차량 화재로 39명 숨진 
몽블랑터널 참사는 트라우마…

BMW, 결함 2년 전 알고도 숨기고 
한국서 잦은 화재 설명 못한 채 
사과 한마디 없이 뒤늦게 리콜 
독일 정부에 직접 조사 요청 서한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베엠베(BMW) 차량 화재 피해자들의 기자회견장 등에서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노르웨이 출신의 톰 달한센(72)이다. 40년 넘게 베엠베 차량만 타고 다닌 그는 화재 사고가 집중됐던 ‘520d’ 모델의 차주이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크게 실망했다”는 그는, 다른 차주들과 함께 베엠베를 경찰에 고소·고발하고 독일 정부에 직접 조사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급기야 경찰은 30일 베엠베코리아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29일 오후 서울 동작구 자택 근처 카페에서 만난 달한센은 연이은 화재 사고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는 “한달 전부터 운전대를 잡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화재 사고를 직접 겪지는 않았으나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하다”며 “차는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져 있다”고 했다. “노르웨이 있을 때도, 스위스와 이집트에서 근무할 때도, 한국에 와서도 베엠베만 운전했다. 베엠베의 품질에 대해 만족했는데, 이번에 큰 충격을 받았다. 2년 전 차량 결함 문제를 파악하고도 차주들한테 비밀로 했고, 해결책을 알려주지도 않았다. 그사이 끔찍한 화재 사고가 잇따랐다.”

지난 29일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중인 톰 달한센. 노르웨이 출신인 그는 40년 넘게 베엠베(BMW)만 탄 애호가였다.
지난 29일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중인 톰 달한센. 노르웨이 출신인 그는 40년 넘게 베엠베(BMW)만 탄 애호가였다.
달한센은 “유럽 사람들에게 차량 화재 사고는 일종의 트라우마”라고 했다. 1999년 몽블랑터널(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잇는 터널) 차량 화재 사고의 기억 때문이다. 이 사고로 터널 안에서 차량 40여대가 불타고 39명의 사망자를 냈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일하던 달한센은 한국인 이희숙(70)씨를 만나 결혼한 뒤 2013년 서울로 오면서 ‘520d’를 샀다. 평생 8가지 차종의 베엠베를 타왔다는 그는 스스로 ‘베엠베 애호가’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화재 사태로 베엠베에 대한 그의 생각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베엠베는 정직하지도, 겸손하지도 않았다. 왜 한국에서만 자주 불이 나는지 설명하지도 못했다.” 베엠베의 태도를 질타하는 대목에선 목소리가 높아졌다. “독일 본사에서 한국의 도로 환경과 운전 습관을 언급했다는데, 말이 되는 소리냐.”

달한센은 얼마 전 베엠베코리아로부터 리콜 통지문을 받고 또한번 놀랐다고 했다. 그는 “수신인 이름과 주소, 차번호만 있고, 누가 언제 보냈는지 발신자 이름도 없고 사인도 없었다. 사과의 말도 없었다. 리콜을 하니 양해해달라는 거다. 평생 이렇게 무례한 편지는 처음 받아본다”고 말했다.

베엠베코리아는 지난 20일부터 42개 차종 10만6천여대에 대한 리콜에 들어갔지만 지금도 화재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유럽에서 이런 일이 터졌으면 베엠베의 대응은 어땠을까? 달한센은 “훨씬 빨리 소비자 안전을 위해 조처를 취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제품 결함의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기업 풍토는 물론 제도적으로 이렇게 만든 한국 정부 당국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베엠베 화재 사건에 대해 설명하는 톰 달한센과 부인 이희숙씨.
베엠베 화재 사건에 대해 설명하는 톰 달한센과 부인 이희숙씨.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리콜 제도 개선 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한꺼번에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그의 생각은 결이 좀 달라 보였다. “기업보다 (한국) 정부를 먼저 징벌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베엠베 화재 사고는 2년 전 문제점을 보고도 손놓고 있다가 일을 키운 게 아닌지 짚어봐야 합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의 친절, 음식, 문화를 좋아한다”면서도 “지금 한국 사회는 소비자 안전보다 기업을 중시해온 산업 정책의 대가를 치르는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글·사진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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