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전 경남 사천시 곤양면 남해고속도로에서 베엠베 차량에 불이나 전소됐다. 사진 경남경찰청 제공.
안전진단을 받은 베엠베(BMW) 차량에서 또 불이 날 뻔했다. 베엠베코리아는 “직원의 점검 실수”라고 했지만, 베엠베의 안전진단과 리콜의 신뢰도에 적잖은 금이 가게 됐다.
지난 16일 오후 8시30분께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진 베엠베 지티(GT) 30d xDrive 차량의 엔진룸에서 연기가 피어올라 신고를 받은 소방차가 출동했다. 연기는 소화기로 진화됐고 해당 차량은 베엠베 성수 서비스센터에 입고됐다. 이 차는 2014년식으로 베엠베 서비스센터에서 안전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교통안전공단과 소방청 등이 합동 조사한 결과,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냉각기인 쿨러 내부에 침전물과 함께 냉각수가 새어 나온 흔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리콜 대상 차량이 검사를 받은 뒤에도 불이 날 뻔했다는 것은 베엠베의 안전진단이 부실하거나 베엠베가 화재 원인을 잘못 짚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베엠베는 현재 내시경 장비로 리콜 대상 차량의 이지아르 모듈을 점검한 뒤 파이프에 흡착된 침전물 등을 청소하는 안전진단을 진행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일을 ‘부실 안전진단’으로 결론 내렸다. 국토부 관계자는 “베엠베코리아에 이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개하고 직원 징계 등 재발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베엠베코리아는 “해당 차량의 차주에게 동급 신차로 차량을 교환하고, 재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전남 목포에서 도로를 달리던 ‘520d’ 차량의 엔진룸에 불이 났다. 이 차량도 사흘 전 서비스센터에서 안전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당시에도 베엠베와 국토부는 “정비 직원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한편, 국토부가 안전점검을 받지 않은 베엠베 차량을 대상으로 운행정지 명령을 발동한 가운데 16일까지 안전진단을 완료한 차량은 전체 리콜 대상 차량 10만6천여대 중 9만4천여대로 집계됐다. 전국 61개 베엠베 서비스센터에 안전진단을 예약한 차량이 7937대여서 실제 운행정지 대상 차량은 3500대 수준일 것으로 추산된다.
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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