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11시47분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흥호리 영동고속도로 강릉방면 104㎞ 지점에서 리콜(시정명령) 조치에 들어간 차종과 같은 모델인 BMW 520d 승용차에서 또 불이 나 소방대원 등이 진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베엠베(BMW) 차량에서 하루 걸러 불이 나는 사고가 일어나는데도 원인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베엠베 쪽은 화재 원인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인 ‘이지아르’(EGR) 모듈의 이상으로 추정하지만, 정확하게 규명된 것은 아니다. 현재 제작결함 조사를 벌이고 있는 국토교통부가 화재 원인을 밝혀내기까지 열달 정도 걸릴 예정이라 ‘베엠베 화재’ 소동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베엠베코리아는 3일 차량 화재 사고와 관련한 기술정보 자료를 국토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교통안전공단 산하의 자동차안전연구원을 통해 이 자료에 보고된 사고 원인 분석 자료를 검증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조사 결과가 나오기 까지 10개월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베엠베는 차량 화재 원인으로 엔진에 장착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결함을 지목한 바 있다. ‘이지아르’는 엔진에서 나온 배기가스를 다시 순환시켜 오염물질을 줄이는 장치인데, 여기에 결함이 있어 고온의 배기가스에 불이 붙었다는 것이다. 국토부도 “베엠베 쪽은 엔진에 장착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 결함으로 고온의 배기가스가 냉각되지 않은 상태에서 흡기다기관에 유입돼 구멍을 발생시키고 엔진커버 등에 발화되어 화재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화재 원인을 놓고선 다양한 견해가 나오고 있다. 단순한 이지아르 부품 결함인지, 이지아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의 이상인지, 아니면 시스템 전반의 문제인지 속단하기 이르다는 것이다. 원인 규명이 늦어지면서 단순 부품 결함에서 설계 이상이나 시스템 결함까지 각종 의구심이 꼬리를 물고 일고 있는 상황이다. 자체 제작결함 조사를 진행중인 국토부는 베엠베가 추정한 결함 외에도 이지아르 쿨러(냉각기), 소프트웨어 결함 여부 등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국내에서 하루 평균 차량 화재로 신고되는 건수는 10여건에 이른다. 최근 며칠 사이 베엠베 차량의 잦은 화재는 폭염이 가중시켰을 수 있지만, 높은 빈도수는 그만큼 결함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 베엠베의 리콜이 오는 20일부터 시작되는데다 긴급 진단도 대기 차량들에 밀려 차량 소유자들의 불편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베엠베의 리콜 계획과 긴급 안전진단 조처가 내려졌지만 차량 소유자들의 법적 대응 움직임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베엠베 차주 13명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베엠베코리아와 딜러사 5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30일에 이은 두번째 공동 소송이다. 화재를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으나 자동차 이용에 제약이 발생해 금전적·정신적 피해를 베엠베 쪽이 배상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차주들은 소장에서 “차량이 완전히 수리될 때까지 운행할 수 없고 리콜이 이뤄지더라도 화재 위험이 완전히 제거될 수 없어 잔존 사용기한의 사용이익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차주들은 또 “베엠베코리아가 화재 원인을 은폐한 정황이 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베엠베코리아는 2017년식 차량부터 설계 변경한 이지아르 모듈을 장착해 판매했다. 자동차 제조사는 통상 부품을 설계 변경할 때 실제 장착하기 1년 전부터 준비를 시작하므로 2015년 말 내지 2016년 초부터 해당 부품의 결함을 인지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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