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 중 불 나는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베엠베(BMW) 차량에 리콜(결함시정) 조처가 내려졌는데도 최근 고속도로에서 비슷한 화재 사고가 또 일어났다. 이번에도 ‘베엠베 520d’ 승용차에서 불이 났다. 이 차종에서 불이 난 것은 올해 들어서만 7번째다. 국내에서 화재 사고가 잇따르는 이유는 뭘까?
30일 베엠베 화재 사고 유형을 보면, 대체로 엔진룸에서 불이 났다. 업계에선 화재 원인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결함으로 추정한다. 현재 국토교통부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화재 원인이 정확하게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국토부와 베엠베코리아 쪽도 대체로 ‘이지아르 결함’에 주목하고 있다. 디젤 엔진 차량에는 오염물질을 저감하기 위해 배기가스 재순환장치를 장착하는데, 이 장치 주변에서 발생한 열이 플라스틱 재질 부품 등으로 옮겨붙어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된 ‘베엠베 520d’는 국내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 등에서도 널리 판매된 차종이다. 같은 차종에 같은 부품을 쓰는데도 유독 국내에서 화재 사고가 빈번한 이유에 대해선 여러 추측이 나온다. 국내 배기가스 환경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지아르 모듈을 운행 조건이나 특성에 맞춰 재설정해 시스템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추정도 나온다.
베엠베 차량 소유주 4명은 이날 베엠베코리아와 딜러사인 도이치모터스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베엠베의 리콜 계획이 충분치 않아 화재 위험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차주들의 주장이다. 화재가 계속되고 원인 규명이 늦어지면서 리콜 조처에도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베엠베 차량의 도로 주행을 중단시켜 달라’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