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이 27일 포스코의 제9대 회장에 취임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일각에서 선임 절차와 자질 문제를 제기했지만 ‘최정우호’ 출범에 제동을 걸지는 못했다. 그가 이끌 포스코는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 기조 확산 속에 철강을 넘어선 새 먹거리를 발굴하는 과제 등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이 놓여 있다.
최 신임 회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회장에 선임된 뒤 “포스코가 100년 기업을 향한 새로운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새로운 가치로 재무장해야 한다”며, ‘위드 포스코’(With POSCO)를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최 회장은 “고객·공급사·협력사 등과 함께 더 나은 사회와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이 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성장 사업 부문에서 “양극재와 음극재를 만드는 회사를 통합해 연구·개발이나 마케팅 측면에서 시너지를 높일 필요가 있다”며 향후 조직개편을 예고했다. 신사업 분야에서는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겠다고도 했다. 또 대북 사업에 대해선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포스코는 경제협력에서 가장 큰 수혜자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북사업은 단기적으로는 철강사업과 그룹사 사업에 활용되는 자원의 사용과 개발에 중점을 두며, 장기적으로는 인프라 구축, 철강산업 재건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포스코가 현재 마그네사이트를 중국에서 전량 수입하지만 북한의 마그네사이트 매장량이 세계 2위”라면서, 북한에 매장된 마그네사이트와 천연흑연 등의 원료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구상을 밝혔다.
앞서 최 회장은 포스코의 첫 비엔지니어이자 비서울대 출신 인사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포스코 내 대표적인 재무통이긴 하나 주력부서인 철강 생산과 판매를 맡은 적이 없는 비주류로 인식돼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기도 했다. 1957년생인 최 회장은 동래고와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83년 1월 포스코에 입사했다. 주로 서울대 출신의 철강부문 엔지니어 경력자였던 전임 회장들과 달리 그는 포스코 재무실장, 정도경영실장, 가치경영센터장, 포스코건설 경영전략실장, 포스코대우 기획재무본부장 등 재무와 감사 분야의 직책을 두루 거쳤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전임 회장 체제에서 그룹 내부의 중요한 직책을 맡았던 만큼 정치권과 시민단체 일각으로부터 ‘비리 덮기용’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앞으로 ‘최정우호’가 풀어나갈 경영 과제도 만만찮다. 먼저 철강 수요 부진과 각국의 보호무역 기조 확산에 대응해 성과를 내는 게 급선무다. 비철강 부문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인선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을 해소하는 것도 그가 풀어야 할 숙제다. 최 회장은 “각계각층의 의견을 경청하고 포스코의 새로운 50년을 향한 혁신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밝혔다.
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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