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폴크스바겐이 2년 만에 국내 영업을 재개했지만, 배기가스 조작으로 전 세계에 충격을 줬던 ‘디젤게이트’는 다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연방검찰이 마틴 빈터콘 전 폴크스바겐그룹 회장을 기소한 데 이어 독일에선 아우디의 최고경영자가 전격 체포됐다. 최근 환경부는 독일차들의 ‘요소수 조작’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폴크스바겐 발 배기가스 조작 사태가 ‘제2의 디젤게이트’로 번지는 모양새다.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들은 18일(현지시각) 아우디의 루퍼트 슈타들러 최고경영자가 독일 검찰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슈타들러는 배기가스 조작 사건과 관련해 증거은닉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마티아스 뮐러 폴크스바겐그룹 회장이 지난 4월 경질된 데 이어 독일 검찰은 아우디와 포르쉐를 압수수색했다. 미국 연방검찰은 뮐러 회장의 전임자인 빈터콘 전 회장을 기소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최근 독일 검찰은 종전의 배기가스 조작과는 다른 별건에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른바 ‘디젤게이트’가 불거진 2015년 9월 당시 적발된 혐의가 디젤 엔진의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를 시험 주행에서만 정상 작동하도록 조작한 것이었다면, 최근 드러난 혐의는 배기가스의 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을 줄여주는 요소수 분사량을 시험 주행에서만 정상 분사되도록 조작했다는 것이다. 경유차에 장착된 질소산화물 저감장치인 선택적환원촉매(SCR)를 통해 요소수를 분사하면 질소산화물이 물과 질소로 환원돼 질소산화물 배출이 줄어든다. 그러나 실제 주행에서는 요소수가 적게 분사되도록 소프트웨어를 조작했다는 게 독일 검찰의 판단이다. 정상적으로 요소수를 분사시키면 요소수 탱크 용량이 커야 하고 연료 사용이 많아져 연비도 나빠지는 약점을 감추기 위해 눈속임을 했다는 것이다.
독일 검찰이 문제 삼은 차종은 벤츠 3개 차종과 아우디 2개 차종이다. ‘요소수 조작’ 차종은 국내에도 3만대 가까이 수입돼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지난 18일 요소수를 조작해 유해가스 배출량을 속였을 가능성이 제기된 독일산 경유차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환경부는 요소수 분사 조작에 불법 소프트웨어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에 따라 인증취소, 리콜, 과징금 처분, 형사고발 같은 행정조처를 취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조사는 현재 평택항에 들어와 있는 재고물량 가운데 독일에서 문제 된 차종과 동일한 엔진을 사용했거나 중량이 비슷한 차종을 묶어 이뤄지게 되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데는 약 4개월 가량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은 최근 국내 영업 재개와 함께 파격적인 할인 공세를 펼치며 빠른 속도로 판매량을 늘려가는 중이다. 그러나 국내에선 제대로 된 사과는 물론 배상조차 하지 않아 여론이 좋지 않다. 현재 불법 판매된 차량의 교체와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 5천여명의 집단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르면 올해 안에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폴크스바겐 본사가 미국에서 천문학적인 배상 책임에 이어 최근 독일에서도 배기가스 조작 책임을 인정하고 1조원이 넘는 벌금을 내기로 했지만 국내에선 불법 조작 사실을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다.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할인을 미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위”라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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