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에서 2년 가까이 판매 부진으로 고전하던 현대·기아차가 중국과 신흥시장을 발판으로 큰 폭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에선 상반기 중 실적 전환의 청신호가 켜졌다고 반색하는 분위기다.
현대·기아차는 7일 “최근 열린 주요 해외법인별 업무보고에서 2분기 글로벌 판매 전망치를 전년 대비 10% 이상 늘어난 194만대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 판매가 169만여대로 전년 대비 1% 감소한 것에 견주면 확연한 회복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2분기 판매 전망치가 현대차는 120만여대, 기아차는 74만여대 등 총 194만여대로 나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의 전망치대로 2분기 판매량이 10% 이상 늘어나면, 현대·기아차는 2012년 1분기 이후 6년여 만에 두 자릿수 성장을 하게 된다.
현대·기아차의 실적 회복세는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와 브라질 등 신흥시장이 디딤돌이 됐다. 특히 중국에서 ‘사드 사태’로 극심한 판매 부진의 늪에 빠졌던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판매를 갑절 넘게 늘리며 실적 회복의 신호탄을 올렸다.
지금 추세라면 하반기 전망도 나쁘지 않다.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 이브이(EV) 등 전기차를 포함해 신차를 내놓고, 신흥시장에는 지역별 특성에 맞춘 신차를 투입하기 때문이다. 연초 사업계획을 짤 때 글로벌 판매 목표를 755만대로 잡았으나 최근 판매 흐름을 고려하면 상향 조정도 가능하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판단이다.
그러나 판매 실적 개선만으로 부진의 늪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2분기 낙관적 전망에도 환율 하락 움직임은 불안 요인이다.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은 원화 강세 등 영향으로 전년 대비 45.5%나 감소했다. 미국 시장의 수요 정체도 풀어야 할 과제다. 올해 미국의 산업 수요가 전년 대비 1.8% 감소한 1693만대 수준으로 예상되는데다 현대·기아차의 주력 차종인 세단 판매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나를 시작으로 스포츠실용차(SUV) 라인업을 확대하고 신형 싼타페를 미국 공장에 투입하는 등 수요가 늘고 있는 스포츠실용차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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