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입주한 인천 남동공단. 한국지엠(GM) 부평공장의 발주 물량이 급감하면서 예전보다 활기가 떨어졌다.
“지엠과 정부의 줄다리기에 중소 부품업체들은 하루하루 피가 마를 지경입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방침을 발표한 지 한달을 넘기면서 그 여파가 전북 군산을 넘어 한국지엠 본사와 부평공장이 있는 인천지역으로 밀려들고 있다. 부평공장은 연간 50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한국지엠의 가장 큰 사업장이다. 지역 경제에 끼치는 영향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지난 14일 찾은 인천 남동공단은 예전의 활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국지엠이 발주하는 일감이 최대 50%까지 줄어들면서 공장 가동률이 뚝 떨어지는 등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남동공단에서 25년 동안 차체 부품을 제조해온 ㈜다성의 문승 대표는 “지엠 사태로 올해 들어서만 매출이 20% 급감했다. 심각한 데는 50%나 줄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전부 말라죽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국지엠 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해 어려움을 호소해봤으나 뾰족한 타개책을 찾지는 못했다. 문 대표는 “우리는 협상 당사자도 아니어서 이쪽저쪽 찾아 읍소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정부, 지엠 모두 대승적인 자세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군산공장과 달리 부평공장은 그나마 일감이 많은 편이었다. 소형 세단 아베오와 소형 스포츠실용차(SUV) 트랙스의 수출 호조 덕분에 부평1공장 가동률은 100%를 채웠다. 그러나 지엠의 잇단 해외 사업장 철수에 이어 내수 판매까지 급감하면서 협력사들도 연쇄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급기야 철수설에 휩싸였던 2월 한국지엠의 내수 실적은 전년 대비 48%나 감소했다. 남동공단 노동자들은 “군산공장뿐 아니라 부평공장도 신차 투입이나 추가 물량이 배정되지 않으면 1, 2공장을 통폐합할 것이란 얘기가 돌아 다들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천 남동공단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 한국지엠으로부터 수주 물량이 줄어 공장 가동률이 50% 떨어졌다.
중소 부품업체 경영자들은 최근 금융권에서 신규대출이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매출채권 할인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지엠 협력업체 대표는 “은행에서 신용등급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담보를 요구하는데 중소기업에서 그런 담보가 어디 있나”라며 “자금 위기에 몰려 전기세를 내지 못하는 업체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달 한국지엠 1차 협력사들의 공장 가동률은 50~70%대로 떨어졌고, 매출액도 전년보다 20∼30%가량 급감했다. 조합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에서 한국지엠 협력업체들을 중점관리대상 업체로 분류하고 대출한도 관리, 여신 축소 등의 조처를 하고 있어 영세한 2~3차 협력부품업체의 부도 발생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지엠 사태가 길어질수록 탄탄한 기술력을 쌓아온 강소기업들마저 경쟁력을 잃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차량 인테리어 부품업체인 제이피시오토모티브는 핵심 특허 기술을 기반으로 기업은행 등으로부터 강소기업으로 선정된 업체다. 매출 1천억원 달성을 목표로 밤낮없이 공장을 돌렸으나 지엠 사태로 제동이 걸렸다. 윤관원 대표는 “매출 감소도 감소지만 지엠이 떠나면 어렵게 쌓아온 기술력이 사장될 텐데 속이 터질 노릇”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은 인천지역 수출의 17%, 제조업 매출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이 지역 1·2·3차 협력업체 수는 521개, 종사자는 5만명에 이른다. 한국지엠이 인천 경제를 이끌어온 주축인 만큼 지자체와 지역 상공인들도 대책 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국지엠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이번주 들어서야 한국지엠에 대한 실사에 착수했다. 실사 범위와 기간 등을 둘러싼 지엠과의 이견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더이상 실사를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와 산은은 지엠이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영 정상화 계획을 구체적으로 내놓아야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지엠 1차 협력업체인 ㈜창원의 이종승 대표는 “지엠이 한국에서 차량을 개발하고 생산은 다른 데서 할 때부터 조짐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며 “지원만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한국지엠이 영속할 수 있는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글·사진 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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