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가스 조작 파문을 일으킨 폴크스바겐이 판매 확대와 함께 자율주행 기술 시험 등을 펼치며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을 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폴크스바겐은 지난달 새 중형 세단 ‘파사트 GT’를 출시한 데 이어 이르면 다음달에 신형 스포츠실용차(SUV) ‘티구안’, 쿠페 스타일의 중형 세단 ‘아테온’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같은 폴크스바겐그룹 계열사인 아우디는 지난해 11월 스포츠카 ‘R8 쿠페’를 앞세워 판매를 재개했다.
아우디는 지난 6일 국토교통부로부터 ‘A8’ 모델의 자율주행 임시운행 허가를 받아 기술 시험에 나섰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수입차가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를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아우디는 시험 주행을 통해 국내 도로·교통 환경의 빅데이터를 축적해 운전자 개입 없이 운행할 수 있는 ‘레벨3’ 수준의 ‘트래픽 잼 파일럿’을 점진적으로 개발한다는 목표다. 이른바 ‘디젤 게이트’로 판매가 중단된 지 1년6개월 만에 기지개를 켜는 아우디·폴크스바겐은 미래차 기술 시험 등을 통해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를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아우디·폴크스바겐의 움직임에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을 하지 않아 여론은 좋지 않다. 국내에서 폴크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과 관련한 민사소송에 이어 행정소송, 헌법소원까지 진행되고 있다. 불법 판매된 차량의 교체와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 5천여명의 집단 손해배상 소송은 올해 안에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폴크스바겐은 미국에서와 달리 국내에선 배기가스 저감장치의 불법 조작 사실을 인정한 적이 없다. 사과와 배상 없이 판매 재개와 기술 시험에 나서는 것은 너무 뻔뻔한 행위”라고 꼬집었다.
배기가스 조작 사건으로 문제가 된 폴크스바겐 차량은 국내에서 12만5천대가 팔렸다. 그러나 리콜률은 아직 50%밖에 안 된다. 문제 된 차량의 절반이 기준치 이상의 배기가스를 내뿜으며 도로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폴크스바겐은 미국에선 조작 사실을 시인한 뒤 차량 환매와 수리 비용, 민·형사상 벌금 등으로 300억달러(약 34조원)를 지급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조작 인정도, 아무런 배상 책임도 없이 자사 차량을 대상으로 100만원어치의 바우처(일종의 서비스 쿠폰)만 지급했다.
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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