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GM) 경영 정상화 과정이 이번주 산업은행 실사 착수로 한고비를 넘기게 됐다. 그러나 한국지엠의 앞날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실사 범위와 절차를 둘러싼 이견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데다 한국지엠 회생을 위해 가장 중요한 가늠자로 꼽히는 지엠 본사의 진의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한 탓이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은, 한국지엠 등에 따르면, 지엠의 국외사업을 총괄하는 배리 엥글 사장은 7~9일 방한해 정부 관계자 등을 또 만났다. 엥글 사장은 이 자리에서 빠른 실사와 함께 이해관계자들의 협조와 양보를 희망했고, 투자 약속도 곧 내놓겠다고 밝혔다.
주목할 만한 것은 한국지엠에 대한 실사를 이번주 시작하기로 산은과 합의했다는 점이다. 산은 쪽은 “실사를 하면서 이견은 추후 협의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엠은 한국지엠 사업장을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곧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엠에 대한 의구심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국지엠 쪽 얘기로는, 엥글의 이번 방한은 두가지 목적에서 이뤄졌다. 지체되는 산은 실사와 노사 임단협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다음 단계인 신차 배정으로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지엠의 생각대로 진척이 안 될 경우 신차 배정 계획이 철회될 수 있고, 추가 구조조정에 들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지엠이 지금껏 글로벌 사업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한국에서도 ‘철수 카드’를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보고 있다.
산은이 실사에 착수해도 지엠과 이견으로 실사가 파행을 거듭할 가능성도 있다. 산은은 실사에서 한국지엠 부실의 원인으로 지목된 원가 구조 파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본사로부터 빌린 돈, 본사에 지급한 관리비, 기술사용료, 인건비, 이전가격(글로벌 계열사 간 거래가격) 등 원가 요인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엠은 실사를 합의했지만, 여전히 관련 자료 일부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엠이 대주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려면 당장 이달 말 만기가 도래하는 한국지엠 차입금을 어떻게 할지 밝히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지엠이 이달 말까지 지엠 본사에 갚아야 할 차입금은 7220억원, 다음달 초엔 9880억원이다. 현금이 바닥난 한국지엠으로선 만기 연장이나 추가 대출을 받지 않으면 부도를 맞게 된다. 당성근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교육선전실장은 “지엠이 정부에는 ‘세금 혜택 주면 신차 배정을 하겠다’고 하고, 노조에는 ‘양보 안 하면 신차 배정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식으로 압박해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양쪽이 접점을 찾을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정부와 지엠의 줄다리기는 산은 실사가 끝날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관계자는 “지엠의 진의를 확인할 때까지 풀어야 할 난제가 적지 않다. 한국지엠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지엠의 자구안이 현실성 있는 대안인지, 대주주의 책임과 역할에 부합하는지가 지원 여부를 검토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대선 최하얀 기자
hongd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