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GM)의 경영 정상화를 둘러싼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는 ‘신차 배정’이다. 지엠은 신차 배정을 위해 이해관계자와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야만 한다고 했다. ‘신차 배정’을 무기로 삼는 셈이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국지엠이 부활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한국지엠 등의 말을 종합하면, 지엠 본사는 이달 중 글로벌 생산시설에 신차를 배정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지엠에서 거론되는 신차는 소형 스포츠실용차(SUV) 트랙스 후속 모델과 경차 스파크를 대체할 모델 등 2개 차종이다.
신차 배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트랙스 후속 모델은 부평공장에, 스파크 대체 모델은 창원공장에 배정된다. 트랙스 후속은 한국지엠이 프로젝트명 ‘9BUX’로 자체 개발해온 차량이다. 2013년 처음 출시된 트랙스는 경쟁 차종에 밀려 판매량이 감소해왔다.
2015년 신형이 나온 스파크는 이듬해 생산량이 8만대에 육박했지만 지난해 5만대 아래로 떨어졌다. 그나마 내년부터는 수출길이 거의 막히게 된다. 지엠으로부터 오펠과 복스홀을 인수한 푸조시트로엥그룹(PSA)이 2020년까지 스파크 수입을 중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차종 대체가 급했던 이유다. 스파크를 대체할 차종은 크로스오버차량(CUV·다목적차량)으로 지엠 본사가 개발 중이다. 크기나 디자인 등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차량이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52만대를 생산했다. 부평공장에서 생산한 트랙스가 27만대로 가장 많았고 창원공장에서 생산한 스파크가 14만대로 두 차종이 한국지엠 전체 생산량의 80%를 차지했다. 트랙스와 스파크가 주력 차종임에도 과거 모델이어서 한국지엠 내에서 신차 개발 욕구가 강했다.
하지만 신차 배치가 한국지엠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신차 배정을 하더라도 차가 팔리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출시 1년 만에 단종되는 군산공장의 ‘올 뉴 크루즈’가 본보기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수익이 적은 소형급 이하 내연기관 차량을 배치해 얼마나 오랫동안 생산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더욱이 신차 가운데 하나인 크로스오버차는 이제 막 개발 단계에 들어갔다. 개발을 마치고 생산라인에 배치하려면 적어도 2~3년은 걸려 그 기간을 노후 모델인 스파크가 커버해야 하는 셈이다. 연간 30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춘 창원공장은 경차 스파크와 함께 경상용차 다마스·라보를 생산 중이지만 지난해 가동률은 70%로 떨어진 상태다. 내년 말부터는 국내 환경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다마스와 라보의 생산이 중단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창원공장의 가동률은 50% 이하로 떨어지고 생존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구조에 묶인 한국지엠 입장에서 보면 신차 배정은 당연히 이뤄져야 할 조처임에도 지엠이 정부와 노조에 압박 카드로 들이밀었다”며 “회생 의지가 있다면 신차 투입에 대한 로드맵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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