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GM)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한 지엠이 경영 정상화 방안 등을 놓고 한국 정부와 팽팽한 머리싸움에 들어갔다. 지엠의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배리 엥글 사장은 20일 오전 국회를 방문해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과 한국지엠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그의 방한은 올들어 세번째다.
엥글 사장은 의원들과 면담 뒤 기자들을 만나 “한국에 남아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다만 생산량이 줄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래서 변화와 해결이 필요하다. 지엠은 신차 투자(배치)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신차 두 종류를 부평과 창원 공장에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신차 투자가 이뤄진다면 한국 자동차 시장뿐 아니라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수십만개 일자리의 수호자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지엠 생산량이 연간 50만대를 밑도는데, 앞으로 50만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57만대(군산 2만6천만대), 2016년 52만대(군산 3만4천만대)를 생산했다.
이는 협상 시한을 이달 말로 제시한 지엠이 한국 정부로부터 긍정적인 지원책을 끌어내려고 ‘당근책’을 던지는 동시에 군산공장 폐쇄를 사실상 못 박은 것으로 풀이된다. 엥글 사장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이나 정부에 대한 요구안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군산공장 폐쇄와 관련해 “수년간 20% 미만의 가동률로, 일주일에 하루 일하는 것으로 수익 창출은 어렵다. 인수 의향자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엥글 사장은 이날 정치권 면담을 시작으로 정부 부처와 2대 주주인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들을 다시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한국지엠이 본사에 진 빚 가운데 22억달러(2조2000억원)를 출자 전환하겠다는 제안과 함께 한국 정부에 10억달러(1조원) 이상의 금융 지원과 세제 혜택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고금리 대출로 논란을 빚어온 차입금만 털어주고 새롭게 투자하는 돈 한푼 없이 금융·세제 지원을 요구한 셈이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쪽은 “구체적인 금융지원을 제안한 바 없다”고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엠이 최종 요구안을 제시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역시 “2월 시한을 앞두고 언론을 통해 여러 카드 던지는 것으로 보인다. 구체 제안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지엠의 행보가 본격화하면서 한국지엠의 회생 가능성과 고용 문제, 재정 지원에 대한 여론의 추이 등을 살펴야 하는 정부와의 치열한 신경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아직 지엠이 요구하는 바가 공식적으로 온 것도 아니라 구체적인 이야기를 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경영 정상화 계획을 봐야 하고 그보다 앞서 실사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정부 지원을 하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한데 불투명한 경영 문제를 해소해야 할 뿐 아니라 장기적 경영 개선에 대한 지엠의 커미트먼트(투자 의지) 그런 것들을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엠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태도다. 이런 기조는 전날 한국지엠 문제를 처음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엠의 무리한 요구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어조를 내비친 것에서 가늠할 수 있다.
홍대선 최하얀 김규남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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