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와 관련해 현대모비스가 제출한 피해자 구제 방안을 기각시켰다. 공정위는 이어 그동안 중단했던 현대모비스의 ‘지위 남용’ 혐의에 대한 심의 절차를 재개해, 법 위반과 과징금 부과 및 검찰 고발 여부 등을 결정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지난 22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현대모비스의 거래상 지위남용 행위 관련 동의의결 절차 개시 신청’을 심의해 기각 결정을 했다고 26일 밝혔다. 공정위 기각 사유에 대해 “현대모비스가 제안한 추가 시정방안 역시 대리점 피해를 실질적으로 구제하기 어렵고, 재발을 막기 위한 근본적·실효적인 방안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동의의결이란 불공정행위를 한 기업이 피해자 구제방안과 문제가 된 부분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하면, 공정위가 법 위반 여부를 따지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신속한 피해 구제를 위해 2012년 도입됐다.
앞서 현대모비스 23개 부품사업소 직원들은 2010년 1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과도한 매출목표를 설정한 뒤 ‘임의 매출’, ‘협의 매출’ 등의 명목으로 1천여개 부품 대리점에 필요하지 않은 자동차 부품을 강매한 것으로 공정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6월 이러한 행위가 ‘거래상 지위남용’이라고 인정하면서, 대리점 피해 구제와 거래 질서 개선을 위한 동의의결안을 공정위에 제출했다. 당시 현대모비스는 대리점 상생기금 100억원을 추가로 출연하고, 동의의결 확정일로부터 1년간 대리점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제시했다. 대리점 지원 규모도 30억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협의 매출’ 감시·감독 강화, 신고제도 신설, 직원 징계 규정 등도 담았다.
그러나 공정위는 ‘갑을 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에는 미흡하다며 지난 8월 말 보완을 요구했다. 이에 현대모비스는 부품을 대리점에 팔 때 설정하는 담보를 부동산이나 예금으로 잡았던 관행을 대리점에 유리한 신용보증기금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추가로 제시했으나 기각됐다.
공정위는 현대모비스의 동의의결 신청으로 보류됐던 본안 심의를 재개해 현대모비스 행위의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준 등을 심의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비슷한 밀어내기 사례인 남양유업과 건국유업 사례에 비춰볼 때 현대모비스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검찰 고발 조치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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