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지난 9월6일 인천 부평공장에서 기자들에게 경영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한국지엠 제공
한국지엠(GM)이 16일 창립 15돌을 맞았지만, 예년과 달리 뒤숭숭한 분위기다. 최근 3년간 2조원의 누적 손실을 본데다 2대 주주인 케이디비(KDB)산업은행의 자산처분 견제 장치까지 사라지면서 ‘한국시장 철수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한국지엠은 올해 들어 9월까지 국내·외 시장에서 40만2천대의 자동차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줄어든 실적이다. 지난달에는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한국지엠 판매량(-10.7%)만 뒷걸음질 쳤다. 특히 내수 판매가 36.1%나 급감하면서 판매 순위도 쌍용차에 밀려 4위로 뒤처졌다. 한국지엠은 ‘신차 부진’과 ‘제품 라인업 부족’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영업외 리스크다. 한국지엠의 최대주주는 미국 최대 자동차 업체 제너럴 모터스(GM)다. 17%의 지분으로 한국지엠 매각 비토권을 보유한 산은은 지엠과의 약정에 따라 17일부터 비토권 행사 권리가 소멸한다. 지엠이 자회사인 한국지엠에서 손을 떼려 해도 한국 쪽에서 견제할 장치가 없어진 셈이다. 한국지엠의 철수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지엠 본사 차원의 글로벌 사업재편이 본격화된 2014년부터였다. 이후 3년 동안 한국지엠이 영업외 손실을 포함해 2조원의 누적손실을 내면서 철수설이 증폭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국지엠 철수는 간단치 않은 문제다. 한국지엠은 창원, 부평, 군산에 완성차 공장을, 보령에 변속기 공장을 각각 두고 있다. 연간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일으키고 1만5천여명의 노동자가 일하는 생산공장을 폐쇄하고 내수시장에서 손을 뗀다는 건 상당히 복잡한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한국지엠은 철수설을 일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은 생산과 제품개발, 디자인 분야에서 지엠 글로벌 사업의 주요 거점 중 하나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지엠은 지난해 쉐보레 브랜드를 유럽에서 철수한 데 이어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선 판매를 중단하고 러시아와 동남아시아 사업도 줄였다. 수익성이 낮은 시장에서 발을 빼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철수설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업계는 지엠의 글로벌 구조조정 움직임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도 생산 물량이 적고 가동률이 낮은 공장부터 사업재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군산공장은 가동률이 30%에도 못 미친다. 사무직 대상으로는 매년 수시로 희망퇴직이 이뤄지고 있다. 회사 쪽은 “희망자에 한해서고 조직 효율성을 높이려는 취지”라고 설명하지만, 한국지엠 구성원들은 인적 구조조정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다.
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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