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픽업트럭 콘셉트카 ‘산타크루즈’. 현대차 제공
미국 픽업트럭 시장에 진출하려던 현대자동차의 사업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픽업트럭에 대한 현행 관세율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서다. 아직 양국 간 본격 개정 협상이 시작하기도 전에 기업들이 영향 받고 있는 셈이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미국을 방문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2022년부터 축소하려던 픽업트럭 수입 관세를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미국으로 수출하는 픽업트럭에 물리는 관세율(25%)을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내리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자유무역협정 개정을 빌미로 기존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현행 관세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픽업트럭이 강세인 나라다. 연간 판매되는 차량의 15%가 픽업트럭일 정도로 선호도가 높다. 픽업트럭은 비교적 큰 차체에 연료를 많이 소비하는데도 저유가 기조를 타고 스포츠실용차(SUV)와 함께 미국 시장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
미국에서 인기가 많은 픽업트럭은 포드의 대형 차급 ‘F-시리즈’와 쉐보레 ‘콜로라도’ 등이 꼽힌다. 여기에 도요타 ‘타코마’, 닛산 ‘프론티어’ 등 일본차들의 기세도 만만찮다. 독일차의 맏형격인 벤츠가 올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미국의 픽업트럭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은 탄탄한 성장세로 수익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픽업트럭 ‘X 클래스’. 벤츠 제공
현대차도 지난 2015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콘셉트카 ‘산타크루즈’를 공개하며 미국 픽업트럭 시장 진출을 저울질해왔다. 미국 시장에서 픽업트럭의 부재는 오래전부터 현대차의 큰 약점으로 지적돼왔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년이나 2019년부터 현대차가 양산형 픽업트럭을 선보일 것으로 점쳤다. 하지만 최대 시장인 미국이 높은 관세율을 유지해 장벽을 친다면 굳이 뛰어들 이유가 없다는 게 현대차의 속내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미국차들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는 시장에서 자국 산업 보호막을 쳐버린다면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픽업트럭을 생산하는 완성차 업체는 쌍용차가 유일하다. 중남미와 유럽에 ‘코란도 스포츠’를 수출해온 쌍용차 역시 미국 시장 진출을 검토할 계획이었으나 새로운 변수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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