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달궜던 소형 SUV 이어
고급 세단에서 해치백까지 줄줄이 대기
베일 벗은 제네시스 중형세단 G70
6세대로 진화한 벤츠 S 클래스
6년만의 ‘완전변신’ 기아차 프라이드
르노 소형 해치백 클리오까지 가세
고급 세단에서 해치백까지 줄줄이 대기
베일 벗은 제네시스 중형세단 G70
6세대로 진화한 벤츠 S 클래스
6년만의 ‘완전변신’ 기아차 프라이드
르노 소형 해치백 클리오까지 가세
자동차 산업이 생산·수출·내수 모두 줄어드는 ‘삼중고’에 빠져들고 있다. 이럴 때 발표되는 신차는 새로운 활력소다.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실제 구매도 이뤄진다. 불황기라도 제때 신차가 나와줘야 하는 이유다. 새 기술과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옷을 갈아입은 차를 만나는 것은 소비자로서도 반가운 일이다.
■ 신차 시장의 변화 올들어 자동차 시장은 환경 이슈가 부각되면서 디젤 엔진 차량의 퇴조가 뚜렷했다. 그 틈을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같은 전동화 자동차들이 파고들었다. 소형 스포츠실용차(SUV)의 공세가 뜨거웠던 것도 특기할만하다. 현대차의 코나와 기아차 스토닉은 지난 여름 이 작은 차급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올 가을에는 더 큰 ‘물건’들이 출격을 준비 중이다. 럭셔리 세단에서 해치백까지 차종도 다양하다.
■ 제네시스 ‘G70’ 출격 시동은 제네시스가 먼저 걸었다. 현대차그룹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는 지난 1일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G70’을 공개했다. 제네시스는 이 차를 ‘중형 럭셔리 세단’으로 표현했다. 대형 세단 ‘G90’(국내명 EQ900)과 준대형 ‘G80’에 이은 세번째 모델이다. 이로써 제네시스는 세단 라인업을 완성했다고 볼 수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다음 카드는 스포츠실용차가 유력하다.
G70은 스포츠형 세단이다. 8단 자동변속기에 2ℓ와 3.3ℓ 가솔린 터보엔진, 2.2ℓ 디젤 엔진이 장착됐다. 3.3ℓ 터보 모델은 최고출력 370마력을 지녔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도달 시간)은 4.7초로 기아차 스팅어보다 0.2초 빠르다.
고성능 스포츠 세단은 역동적인 가속력과 코너링, 세련된 외관으로 고급차 브랜드 시장에서 자존심을 건 경쟁이 치열한 차종이다. 대중적인 차는 아니지만 기술력을 과시하고 기업 이미지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브랜드 고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비껴갈 수 없는 차종이다. G70은 고급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 프리미엄 차들을 겨냥하고 있다. 벤츠 C클래스, 베엠베(BMW) 3시리즈, 아우디 A4가 공략 대상이다. 황정렬 제네시스 제품개발(PM)센터장은 “유럽 프리미엄 차량과 당당히 경쟁하기 위해 고급감과 뛰어난 주행성능을 갖췄다”고 말했다. 하위 트림인 2.0 터보 모델 가격은 3750만원대로 책정됐다. 이 정도 스펙과 가격 경쟁력이면 동급 수입차들과 겨뤄볼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현장에서 나왔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이날 ‘미디어 프리뷰’(출시 전 언론공개)로 신차를 공개했다. 사진촬영은 금지했고 일부 제원과 티저 이미지만 배포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신차를 출시하기 전 언론의 관심과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맛보기로 곧잘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신차 출시 과정에서 하나의 패턴으로 자리잡았다.
■ 새로 단장한 벤츠 S-클래스 수입차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가 첫 스타트를 끊는다. 벤츠는 4일 저녁 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서울미술관 석파정에서 대형 세단 S-클래스의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한다. 해질 무렵 고즈늑한 한옥 아래서의 신차 출시는 다소 이국적인 느낌이다.
S-클래스는 1951년 첫 선을 선보인 이래 세계시장에서 400만대 이상 팔려나간 벤츠의 대표 모델이다.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는 벤츠의 정신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차라고 할 수 있다. 6세대로 진화한 신형에 붙여진 이름은 ‘더 뉴 S-클래스’다. 벤츠는 최상위 모델인 ‘마이바흐 S-클래스’, 고성능 주행을 자랑하는 ‘아엠게(AMG) S63 4매틱 플러스(MATIC+)’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신형 S-클래스는 지난 4월 중국 상하이 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였다. 새로 개발한 직렬 6기통 디젤 엔진과 8기통 바이터보 가솔린 엔진이 장착됐다. 마틴 슐즈 벤츠코리아 세일즈·마케팅부문 부사장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과 기능을 갖춰 첨단기술을 선도하는 선구자의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벤츠는 최근 국내 시장에서 무서운 기세로 수요층을 넓혀가는 중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올해 상반기 집계를 보면, 벤츠는 3만7천여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을 54%나 늘렸다. 전체 수입차 판매가 1% 남짓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S-클래스는 벤츠의 질주를 더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 소형차 부활 노리는 프라이드·클리오 프라이드는 한때 소형차의 자부심이었다. 2011년 3세대에서 멈춘 뒤 인기가 시들해졌다. 기아차는 6년 만에 완전히 뜯어고친 4세대 모델을 준비 중이다. 이번에 나올 신형은 해치백 스타일이다. 심장이 바뀌고 덩치는 커졌다. 1.6ℓ 직분사가솔린(GDI)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30마력, 최대토크 17.5㎏.m의 동력 성능을 낸다.
뭐라해도 소형차의 강점은 실용성이다. 신형 프라이드는 차 높이를 약간 낮춘 대신 너비와 길이를 늘려 실내 공간을 키우고 안정감을 배가시켰다. 초고장력 강판 비율도 높였다. 안전장치로는 운전자보조 시스템, 자동긴급제동 시스템, 차선이탈경보 시스템 등을 갖췄다.
르노삼성차가 선보일 클리오는 해치백 모델이다. 1990년 출시된 이후 세계 시장에서 1300만대 넘게 팔린 르노의 인기 모델이다. ‘해치백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어떤 공략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출시 모델은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한 4세대 모델이다. 1.5ℓ 디젤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90마력, 최대토크 22.4㎏·m의 성능을 갖췄다.
올들어 소형차는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판매량이 줄었다. 한때 잘 나가던 소형차 시장이 이렇게 쪼그라든데는 ‘신차 부재’ 영향이 크다. 저유가 기조에 매력이 반감된 탓도 있지만, 제조사들이 소형차 신모델 개발에 신경쓰지 않다보니 소비자들의 관심도 멀어진 것이다. 박동훈 르노삼성차 사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QM3로 새로운 세그먼트를 열었듯 클리오로 새로운 트렌드를 열어보겠다”고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지금으로선 4세대 프라이드와 클리오가 소형차 부진을 얼마나 해소할지 예단하기는 힘들다. 유럽풍의 해치백 스타일은 과거에도 몇 차례 선을 보였으나 ‘해치백의 불모지’에는 잘 먹혀들지 않았다. 그런 편견을 깨뜨릴 수 있을지, 신형 프라이드와 클리오의 등판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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