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의 리콜 권고에 불복했던 현대·기아자동차에 결국 강제리콜 명령이 내려졌다. 국내에서 자동차 제조사의 자발적 리콜이 아닌 행정명령에 의해 강제리콜이 실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세타2 엔진을 장착한 차량 17만대에 이어 24만대 차량의 리콜이 더해지면서 현대·기아차는 품질 신뢰도와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국토부는 12일 현대·기아차에서 발견된 제작 결함 5건에 대해 리콜 처분을 통보했다. 대상 차량은 12개 차종, 24만대로 추정된다. 차종별 결함은 아반떼(MD)·i30(GD) 진공파이프 손상, 모하비(HM) 허브너트 풀림, 제네시스(BH)·에쿠스(VI) 캐니스터 통기저항 과다, 쏘나타(LF)·쏘나타 하이브리드·제네시스(DH) 주차브레이크 작동등 미점등, 쏘렌토(XM)·투싼(LM)·싼타페(CM)·스포티지(SL)·카니발(VQ) R-엔진 연료호스 손상 등이다.
현대차는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25일 안에 국토부에 결함시정계획서(리콜계획)를 제출하고 30일 안에 신문공고와 차량 소유자에게 우편 통지를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실제 리콜은 다음달 중순부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의 조처는 사상 첫 ‘리콜 청문’을 거친 결과다. 지난해 현대차 내부 제보자가 신고한 32건의 차량 결함을 조사한 국토부는 지난달 일부 사안에 대해 현대·기아차에 자발적 리콜을 권고했다. 하지만 회사 쪽은 5건의 결함에 대해선 “안전 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 아니다”라며 이의를 제기했고 국토부는 회사 쪽 소명을 들은 뒤 “리콜 처분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대·기아차는 국토부 발표 직후 리콜 결정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회사 쪽은 “리콜 권고된 5건 모두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 아님을 설명했으나 국토부는 그동안의 리콜 사례와 소비자 보호 등을 감안해 리콜 처분이 타당하다고 결론내렸다”며 “이에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국토부의 입장을 존중해 리콜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고객을 위한 조치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부 고발로 촉발된 강제리콜 명령과 결함 은폐 의혹에 대한 수사 의뢰로 현대·기아차의 품질 신뢰도와 대외 이미지 실추는 불가피해 보인다. 품질 논란에 대처하는 현대·기아차의 소극적인 자세는 논란이 돼 왔다. 그동안 현대·기아차는 차량 결함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사실관계를 알리고 적극적으로 리콜에 나서기보다 자체 시정 조처와 해명에 그칠 때가 많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토부가 이번 사안에 단호하게 대응한 것은 국내 대표 업체의 관행에 제동을 건 조처로 받아들여진다.
국토부는 이날 현대·기아차에 시정 명령을 내리면서 결함 은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 이번 강제리콜 5건과 이미 리콜계획이 제출된 3건을 뺀 24건에 대한 처리방향도 발표했다. 아반떼 프론트 코일스프링 손상 등 9건은 공개 무상수리를 하도록 권고했고, 제네시스 ECU 불량 등 3건은 추가조사를, 쏘나타 도어래치 등 12건은 지속 감시 계획을 밝혔다. 조무영 국토부 자동차정책과장은 “차량 결함을 은폐했다는 사실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의심될 만한 정황은 있다”며 “소비자 안전을 등한시하고 리콜에 소극적인 기업들의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수사의뢰했다”고 말했다.
홍대선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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