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파이프 손상으로 제동 능력이 떨어져 안전운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 (국토교통부)
“제동거리가 법적 허용 기준치 이내인데다 운전자의 안전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이다.” (현대·기아자동차)
국내 첫 ‘자동차 리콜 청문회’가 열린 8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중회의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날 청문회는 오후부터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국토부가 오전에 사전 브리핑을 할 정도로 여론의 주목도가 높았다.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번 리콜 청문회는 국토부 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회가 내린 자발적 리콜 권고에 현대·기아차가 지난달 25일 이의를 제기하면서 열리게 됐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가 정부의 리콜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아 청문회가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상 차종은 현대·기아차의 12개 차종에 대수는 25만대에 이른다. 청문회 결과에 따라 사상 초유의 대규모 강제리콜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청문회 쟁점은 모두 5가지다. 제네시스와 에쿠스의 연료 관련 장치인 캐니스터의 오작동과 모하비의 허브너트 풀림, 아반떼의 진공파이프 및 R-엔진 연료호스 손상, LF쏘나타 등의 주차브레이크 경고등 미점등 등이다. 국토부는 이를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으로 보고 현대·기아차에 30일 안에 차량결함을 시정할 것을 권고했다. 조무영 국토부 자동차정책과장은 “자동차안전연구원의 기술 조사를 거쳐 전문가들이 안전운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리콜 결정을 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청문회에서 제시된 결함이 운전자의 안전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 결함이 안전 기준에 적합하지 않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을 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예컨대, 주차브레이크 경고등이 켜지지 않는 것은 공정상 품질 불량으로 안전과 관련된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토부의 리콜 권고를 무조건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리콜 사유에 해당하는 안전상 결함인지 따져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문회에 앞서 국토부는 단호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애초 결정한 리콜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리콜 결정을 자신하면서도 “청문회 결과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는 청문을 주재하는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일부 사안이 강제리콜이 아닌 무상수리 등으로 바뀔 여지가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문회에서 현대·기아차의 주장을 받아들일 만한 ‘상당한 이유’가 제시됐을 경우다. 조 과장은 “청문회 주재자가 쓴 조서를 바탕으로 국토부가 최종 결정을 하게 되는데 (국토부와) 판단이 다를 경우 그 판단이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행정절차법상 반영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한 이유’가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아 수용 여부에 따라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청문회는 외부전문가의 요청 등을 받아들여 비공개로 진행됐다. 청문회 주재는 한병기 홍익대 초빙교수가 맡았고 조사를 담당한 자동차안전연구원 소속 연구원, 청문 당사자인 현대·기아차 소속 품질·법무팀 관계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국토부는 이날 강제리콜 여부를 발표하지 않았다. 청문 주재자가 현대·기아차에서 주장한 내용을 담은 청문조서를 작성해 국토부에 제출한 뒤 열람과 정정 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을 통지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청문회 결과에 따라 이르면 이번 주 안에 강제리콜 명령 등 후속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대선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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