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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날렵한 가속력, 거친 도심에서 빛난 장점

등록 2017-03-13 09:03수정 2017-03-13 20:30

전기차 BMW i3와 닛산 리프 시승으로 살핀 장점과 과제
‘0→60㎞/h’ 3.7초…가속도·무소음·연비 등 장점 느껴져
꼼꼼히 살피지 않아 충전 낭패…충전소 확충·관리는 과제
서울 강남의 한 전기차 충전소에서 닛산 리프를 충전하는 모습. 충전기는 정상 작동했고 연비도 좋았으나 충전기 위치는 불편했다.
서울 강남의 한 전기차 충전소에서 닛산 리프를 충전하는 모습. 충전기는 정상 작동했고 연비도 좋았으나 충전기 위치는 불편했다.
전기차는 올해도 자동차 업계의 화두다. 두 차례의 전기차 시승으로 전기차의 장점과 과제를 살펴봤다.

서울 중구 스테이트타워남산 지하주차장에서 베엠베(BMW) i3 전기차의 시동을 켰다. 소음과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시승을 한 지난달 13일 낮 최고기온은 6.1℃로 날이 맑았다. i3는 전장 3999㎜·전폭 1775㎜로 기아차의 레이보다 크고 쏘울보다 조금 작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차는 움직이지 않는다. 가솔린·디젤 자동변속기 차량은 드라이브(D) 모드에서 액셀러레이터를 밟지 않아도 차가 전진한다. 이를 크리프(creep) 현상이라고 부른다.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전기차는 이론적으로 크리프 현상이 생길 수 없다. 전원이 들어오면 돌고, 끊어지면 그냥 멈춘다. 다른 자동변속기 차를 몰던 운전자가 i3를 처음 탈 때 가장 먼저 느낄 이질감은 크리프 현상의 유무일 것 같다. 액셀에 발만 대도 동력이 전달되는 느낌이 들었다.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된 마포유수지주차장까지 가보기로 했다. 회현사거리를 지나 한국은행 사거리→서울광장→서소문로→충정로역→공덕역으로 차를 몰았다. 6.6㎞ 거리다. 서울 도로에서 차간 거리를 제대로 유지하는 운전자는 별로 없다. 틈을 주면 깜빡이도 켜지 않고 끼어든다. 인도 옆 차로는 거의 택시 등 불법주차 차량이 정차중이다. 수시로 차선을 바꿔야 한다. 전기차 특유의 가속력은 이렇게 ‘거친’ 서울 도심 주행에서 장점으로 느껴졌다. i3가 정지 상태에서 60㎞/h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7초다. 100㎞/h까지는 7.2초 걸린다. 게다가 엔진 회전이 발에서 느껴지지 않아 가속이 ‘가볍다’는 느낌을 줬다. 베엠베 특유의 핸들의 묵직함은 그대로였다.

오후 1시30분께 마포유수지주차장에 도착했다. 시승 전날 ‘환경부 전기차 충전소’ 누리집을 대충 훑어본 탓에 실수를 저질렀다. 전기차 충전 방식은 입력전류 파형에 따라 교류(AC)와 직류(DC)로 나뉘고 충전 속도에 따라 완속과 급속으로 나뉜다. 차마다 다르지만 급속충전은 30여분, 완속충전은 4~5시간 걸린다. 완속의 경우 미국·일본·한국이 모두 5핀 방식으로 동일한데 급속이 문제다. 전기차 급속충전 방식은 세 가지다. i3는 국내에서 시판되는 6종의 승용 전기차 가운데 스파크와 함께 ‘DC 콤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SM3는 ‘AC3상’ 방식, 현대차 레이·쏘울과 닛산 리프 전기차는 ‘DC차 데모’ 방식으로 충전한다. 한마디로 휴대전화 충전기가 회사마다 달라 호환이 안 되는 것이다.

닛산 리프는 ‘DC차 데모’ 급속충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충전에 앞서 연결을 확인해야 한다.
닛산 리프는 ‘DC차 데모’ 급속충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충전에 앞서 연결을 확인해야 한다.
마포유수지주차장에는 DC차 데모와 AC3상 방식의 충전기만 있다. 이걸 꼼꼼히 체크하지 않은 것이다. 초보 전기차 운전자가 종종 저지르는 실수다. 이 때문에 환경부 전기차 충전소 누리집은 충전소마다 급속충전 방식을 구분해 상세히 표기하고 있다.

충전 방식 통일은 전기차 업계의 화두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세 가지 급속충전 방식을 ‘콤보1'이라는 형식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충전 방식이 통일돼야 자동차 제조사의 생산 효율이 높아지고 충전기 제조사도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소비자가 더 편하니 판매도 는다. 정부도 같은 예산으로 더 많은 공공용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다.

실수로 충전하지 못했으나 다시 스테이트타워남산으로 돌아가는 데는 문제가 없다. 국내 시판 전기차들은 대부분 130㎞ 이상의 주행거리를 갖고 있다. i3는 완전충전하면 132㎞까지 주행할 수 있다. 도심 주행은 별문제가 없어 보였다. 강변북로를 이용하면 지하철 3호선 대화역과 5호선 공덕역 간 거리는 약 27㎞다. 일산~서울 출퇴근은 무난하다. 전기차의 한계는 역시 장거리 주행이다.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서울~부산(398㎞) 여행을 하려는 i3 운전자는 중간에 최소 2차례 충전해야 한다. 급속충전을 한다고 해도 충전에만 1시간 넘게 걸린다.

이튿날인 14일 오후에 시승한 닛산 리프 전기차는 판매 1위 전기차의 특징을 잘 보여줬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카이트타워에서 종합운동장역~잠실역을 지나 되돌아오기로 했다. 리프는 2010년 일본과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이래 누적 판매량이 24만1천대 이상(2016년 10월 기준)으로 전기차 세계 판매 1위 차종이다. 핸들과 가속감이 상대적으로 부드럽다는 느낌을 줬다. 전기차인데 브레이크 페달을 떼니 마치 가솔린 자동변속기 차량처럼 저절로 앞으로 나갔다. 자동변속기에 익숙한 고객을 위해 일부러 크리프 현상을 구현해놓은 것이다. 테슬라 모델S의 경우 ‘크리프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충전소를 이용해봤다. 닛산 리프는 ‘DC차 데모’ 방식으로 충전한다. 오후 3시께 삼성로에 위치한 충전기가 설치된 어느 주유소로 향했다. 주유소는 찾기 쉬웠지만 전기차 충전기는 쉽게 보이지 않았다. 주유소 직원에게 물어보니 주유소 진입구 측면을 가리켰다. 충전기 앞에 ‘전기차 충전기는 주유소와 관계가 없으며 관리하지 않습니다. 참고하세요’라는 알림 쪽지가 붙어 있었다. 전기차 운전자는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줄 만했다. 충전하려면 환경부나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의 회원카드가 필수다. 회원카드 번호를 넣고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전기차의 중요한 장점은 연비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100㎞를 달리는 데 드는 충전 비용이 대략 2700원 정도다. 서울에서 부산을 가는 데 1만원 조금 넘는 돈이면 되는 셈이다.

과제는 충전 인프라 관리 및 서비스다. 마포유수지주차장이나 삼성로의 주유소에 설치된 충전기는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았다. 휘발유 주유소와 달리 직원이 대신 충전해주지도 않는다. 직접 터치스크린에서 ‘충전 방식을 택하고→회원카드 번호를 기입하고→신용카드로 결제’해야 한다. 기계를 다루는 데 능숙하지 못한 사람은 익숙해질 때까지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그럼에도 전기차의 단점보다 장점에 주목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장점이 단점보다 호소력이 크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1월25일부터 시작한 전기차 보조금 신청 대수가 접수 3주 만에 1200대를 넘어섰으며 지방자치단체 72곳 중 33곳에서 접수가 마감됐다고 지난달 밝혔다. 보조금 신청자가 지급 대상보다 많으면 선착순이나 추첨으로 뽑는다.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을 서울시와 환경부 보조금을 받고 살 경우 판매가격(세제혜택 적용 후) 4000만원은 환경부 보조금 1400만원과 서울시 보조금 550만원을 제하고 2050만원까지 내려간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전기차 등록대수는 1만528대다. 전기차는 시내의 숱한 주유소를 그냥 지나치고 달린다. 그런 차들이 늘고 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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