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운전자 없이 벌이는 자율주행차 경주 '로보레이스'가 사상 처음 선을 보였다. 그러나 이 역사적인 자동차 경주 현장은 충돌 사고로 흠집이 나고 말았다.

지난 18일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국제 전기차 경주대회 ‘2017 포뮬러E’ 부대행사의 하나로 자율주행차들의 ‘로보레이스’(Roborace) 시범경기가 펼쳐졌다. 시범 경기이긴 하지만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은 자율주행차 공개 레이스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레이스에는 지난해 8월 공개된 로보레이스 테스트카 '데브봇'(Devbot) 2대가 참가했다. 데브봇에는 로보레이스 본대회에 사용될 로보카와는 달리 사람이 타거나 컴퓨터를 탑재할 수 있는 운전석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는 로보레이스에 참가하는 팀들이 자동차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직접 체험하고 성능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최고시속 186㎞…저 강아지는 어떻게 됐을까

데브봇1과 데브봇2로 명명된 두 대의 차가 전기차 경주와 똑같은 코스에서 경주를 벌인 결과, 데브봇1이 우승을 차지했다. 데브봇1의 최고 속도는 시속 186㎞였다. 이는 포뮬러E에 참가하는 일반 전기차의 최고 속도인 시속 225㎞에는 다소 못미치는 수준이다.

그렇지만 뜻밖의 수확이 있었다. 데브봇에 탑재된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예기치 않은 시험을 거뜬히 통과했다. 길을 잃은 강아지가 갑자기 트랙에 나타나 배회하자 데브봇1은 코스를 이탈하지 않고도 이 강아지를 피하면서 주행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데브봇2, 회전 구간에서 벽에 '콰당'

문제는 데브봇2였다. 데브봇1이 뜻밖의 상황에 대처하는 동안, 데브봇2는 전속력으로 달리다 결국 사고를 내고 말았다. 데브봇2는 회전 구간에서 방향을 지나치게 꺾는 바람에 트랙 옆 벽에 충돌하고 말았다. 승리의 영광은 데브봇1에 돌아갔다. 사실 단독으로 결승점까지 도달한 것이니 승리라고 하기엔 민망한 측면도 있다. 이로써 최초의 공개 로보레이스는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다만 로보레이스에는 운전자가 타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주에서와는 달리 운전자의 안전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올 여름에 정식 로보레이스 펼치기로

이번 경주는 포뮬러E의 정식 행사는 아니었다. 포뮬러E 주최쪽은 올 여름 ‘2017 시즌’이 끝나기 전에 정식 로보레이스를 펼칠 예정이다. 그러나 로보레이스에 쓰일 로보카의 완성된 모습은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에 앞서 주최쪽은 오는 4월1일 멕시코시티에서 열리는 포뮬러E 다음 레이스에서도 데브봇의 시범 경주를 벌일 계획이다.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의 경주장이 될 로보레이스에 투입될 로보카는 자동차 앞쪽에 커다란 공기흡입구가 있어 마치 아귀가 먹이를 집어삼키려 큰 아가리를 한껏 벌린 형상을 연상시킨다. 영화 <트론:새로운 시작>(2010)과 <오블리비언>(2013) 등에서 자동차 콘셉트 디자인을 맡았던 대니얼 사이먼(Daniel Simon)의 작품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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