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지난해 국내에서 1억원 이상 수입차가 2만대 가까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1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해 국내에 등록된 수입차 22만5279대 가운데 가격이 1억원 이상인 차량은 모두 1만9660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 신규등록된 1억원 이상 수입차(2만2844대)보다 줄어든 수치이지만, 2010~2015년 1억원 이상 수입차 등록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1억원 이상 수입차 등록 대수는 2010년 8144대였으나 2012년 1만1028대로 1만대를 돌파한 뒤 2015년까지 계속 증가했다. 이 기간 수입차시장에서 1억원 이상 차량 비율은 7.2~9.9%를 오갔다.
국내에 출시된 수입차 총 493개 모델에서 1억원 이상은 164개다. 이 중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350d 4매틱(1억3950만원)으로 2590대가 판매됐다. 가장 비싼 모델은 롤스로이스 팬텀 이더블유비(EWB)로 6억9천만원이다. 옵션 등을 포함한 실제 판매가격이 7억원을 넘는 이 차는 지난해 2대가 등록됐다. 벤틀리, 마이바흐와 함께 세계 3대 명차로 꼽히는 롤스로이스는 국내에 293대가 있는데, 이 중 53대가 지난해 신규등록됐다.
1억4천만원짜리 메르세데스-벤츠 S 350d 4매틱. 지난해 수입차 최다 판매량(2590대)을 기록했다.
가격으로는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LP700-4 로드스터(6억1594만원), 롤스로이스 팬텀(5억9천만원), 롤스로이스 고스트 EWB(4억8천만원), 벤틀리 뮬산(4억7112만원) 등이 뒤를 잇는다. 이들 차량의 판매량은 각각 한 자릿수다.
가장 저렴한 수입차 모델은 2490만원짜리 피아트 500으로 지난해 315대가 신규등록됐다. 2천만원대 수입차는 폴크스바겐 폴로 1.4TDI 블루모션(2580만원), 푸조 208 1.6 BLUe-HDi(2590만원), 닛산 쥬크(2690만원) 등 11개 모델이다.
억대 수입차가 연간 2만대 안팎으로 팔리는 현상은 부의 집중도 심화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11월에 나온 케이비(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한국 부자 보고서’를 보면, 2015년 말 기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부자는 약 21만1천명으로 2014년에 비해 15.9% 증가했다. 2014년의 전년 대비 증가율(8.7%)을 크게 웃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