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0년 만에 연간 신규등록 대수가 10대에서 22만5279대로 증가했다. 수입차 이야기다. 수입차의 역사는 한국 경제의 성장과 개방화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과거 외제차를 타고 설 귀성길에 나서는 모습은 대표적인 ‘성공’의 이미지였지만, 이제 ‘수입차=부유층 전유물’이라는 인식은 많이 희미해졌다.
수입차의 역사에는 한국 경제의 성장과 개방 역사가 반영돼 있다. 1987년이 수입차시장 원년에 해당한다. 그해 7월 정부는 배기량 2000㏄ 이상 수입차의 수입과 판매를 자유화했다. 이에 따라 한성자동차가 처음으로 수입한 벤츠 10대가 수입차 공식 통계의 시작이다. 그때 수입차는 대중의 비난과 질시의 대상이었다.
물론 이전에도 길거리에 수입차는 지나다녔다. 1984년 보도를 보면, 그해 수입차는 2900여대로 파악됐다. 당시 수입차는 법령상 통관 금지 품목이어서 정식으로 수입된 제품은 아니었다. 외교관과 주한미군 등 국내 거주 외국인이 구매했다가 내국인에게 되판 물량이 다수였다. 당시 정부는 대미 무역에서 흑자를 보는 상황에서 미국산 차를 사주면 통상 압력이 완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1988년에는 배기량 기준 없이 전 차종 수입 규제가 해제됐다. 판매는 1988년 263대, 89년 1293대, 90년 2325대로 증가했다. 이 중 절반은 한국 업체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으로 국내에서 완성품을 만든 것이다.
1990년대 들어 시장 개방이 더욱 속도를 냈다. 미국은 일본과 통상 마찰을 겪는 과정에서 한국에도 자동차시장 개방 확대를 요구했다. 결국 수입차 특별소비세, 등록세, 관세 인하 조처가 뒤따랐다. 당시 인기가 높던 미국 포드사의 머큐리 세이블 가격이 2천만원대였다. 1994년 3865대, 95년 6921대에 이어 96년에 1만315대가 판매됐다. 1995년 베엠베(BMW)를 시작으로 외국 자동차업체들이 한국법인을 세우는 등 직접 진출을 시작했다. 그러나 구제금융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수입차시장은 1997년 8136대, 98년 2075대로 판매가 되레 줄어들었다.
수입차시장은 2001년부터 회복세에 들어섰다. 2002년 내수시장의 1%를 차지했고 2011년에 연간 등록 대수가 최초로 10만대를 돌파했다. 이듬해에는 시장점유율이 10%를 넘어섰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한때 과시 소비로 여겨졌던 수입차가 자동차 문화를 확산시키고 끌어올리는 순기능을 했다고 설명한다. 수입자동차협회는 “수입차는 성능은 물론 안전도와 편의장비 등에서 높은 차원을 보여주었고 국내 메이커들의 기술 개발에 자극제가 되었다”고 밝혔다. 고나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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