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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죄없는 ‘미스터 윤’, 중국 자동차 부총재 되다

등록 2016-12-15 15:59수정 2016-12-16 13:19

베이징자동차 윤태화 부총재 인터뷰
외환위기때 사표…20년 만에 부총재
중국 기업은 젊은 임원으로 미래 대비
“중 경영인, 한국 기업들 지엽적 사고한다고 생각”
“지난 5년 동안 중국에서 뭐가 바뀌었는지 아는가. 임원이 똑똑하고 빠른 인재로 바뀌었다.”

지난달 30일 윤태화(53) 베이징자동차 부총재는 서울에서 열린 ‘제조혁신 컨퍼런스’에서 한국 기업인들에게 ‘중국에 대해 아는지’ 물었다. “한국 기업인들이 중국에 갔다오면 ‘아직 멀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동안 한국이 잘했던 생산기술 관점으로 보니까 그렇다. 중국을 아이티(IT)와 창업 관점으로 바라보면 그런 이야기가 나올까.”

중국에서만 11년을 일한 윤 부총재의 말은 이어졌다. “국내 회사들이 외국에 보내는 임원들을 보면 몇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찍힌 사람, 커뮤니케이션이 안되는 사람들이 많았다. 최근 3, 4년 사이 독일이나 미국 기업이 중국에 누굴 보냈는지 봐보라. 가서 상담하다보면 게임이 안된다.” 그의 말에 컨퍼런스장은 질문 하나 없이 조용했다.

윤태화 중국 베이징자동차 부총재가 지난달 30일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연 ‘대한민국 제조혁신 컨퍼런스’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윤태화 중국 베이징자동차 부총재가 지난달 30일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연 ‘대한민국 제조혁신 컨퍼런스’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사드 배치 등 양국간 긴장관계가 높아졌지만 중국은 여전히 한국 기업의 가장 큰 수출국가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중국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한국 기업인들이 오판을 하고 있다니, 윤태화 부총재를 다음날 다시 만나 한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은 30년 동안 대량생산시스템에서 공정관리를 잘했다. ‘누가 따라와’ 할 정도로 자만심도 있다. 그런데 세계가 변하고 있다. 전통 제조업과 인터넷이 단순히 결합하는게 아니라 ‘디지털 사고’로 바뀌고 있다. 그 역할을 중국의 20대, 30대 젊은이들이 이끈다. 한국 사람들은 이를 모르고 중국 기업과 협상장에 나온 중국 젊은이들이 잘 모른다고 생각하고, 중국인들은 한국 기업들이 ‘왜 이렇게 지엽적인 사고를 하지’라고 생각한다.”

윤 부총재는 11년 동안 중국 민영과 국영 기업 양쪽을 다 경험했다. 민영인 창청자동차에서 스포츠실용차(SUV) 개발을 맡아 5년 동안 일했고, 그 뒤엔 베이징자동차로 옮겨 6년째 일하고 있다. 베이징자동차를 이끄는 부총재 7명 가운데 유일한 외국인이다. 베이징자동차는 현대차와 중국에서 ‘베이징현대’를 합작했고, 자체 브랜드도 생산하는 기업이다.

“최근 중국에서 나온 보고서를 보면 3년전부터 용어가 바뀌고 있다. ‘효익’이란 말을 쓴다. 효율과 이익, 이전에는 양만 따지던 기업들이 이제는 품질과 생산성, 원가를 말한다. 워낙 체계적으로 바뀌니 겁이 날 정도다.”

겁이 날 정도로 변화는 회사 내에서도 느껴진다고 했다. 윤 부총재는 “중국 회사 분위기를 보면 의사결정도 빨라지고 토론문화도 확산되고, 국영 회사는 민영 보다는 못해도 기업문화교육을 하는 등 변하고 있다. 알리바바나 화웨이, 샤오미 등 앞서가는 아이티 기업들도 있지만 전통 자동차 업체도 뒤따르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외환위기로 한국 기업을 떠나야했던 윤 부총재는 기업의 흥망을 많이 지켜봤다. 그는 스포츠카 ‘엘란’을 만든 기아그룹 계열사 기아모텍에서 생산기술을 담당하다 1997년 회사를 그만뒀다. 기아자동차를 나온 선후배들과 함께 자동차 관련 팀을 꾸려 일하다 2000년 이란 호드로(Khodro·자동차) 회사로 스카우트됐다.

“프랑스 푸조나 이탈리아 회사가 파트너인데 이란 직원들은 비자 문제 때문에 유럽에 가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한국 사람은 비자 문제가 없으니, ‘죄없는 미스터 윤이 가서 힘들겠지만 상대해야겠어’ 하는데 나는 유럽 자동차 회사들을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

중국 자동차업체인 베이징자동차의 윤태화 부총재가 중국 기업들의 변화와 4차산업혁명에 대한 준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업체인 베이징자동차의 윤태화 부총재가 중국 기업들의 변화와 4차산업혁명에 대한 준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이란 국민자동차 프로젝트 등에서 5년을 일한 뒤 중국으로 건너갔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외국업체 합작사에서 벗어나 자체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인재를 빨아들일 때였다. 그에게는 세계 자동차회사들이 모두 경쟁하는 중국 시장에 뛰어들 기회였다. 그리고 10년 만에 한국인으로서는 중국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다.

“지금은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대다. 중국 회사들 보면 아이티업체인 바이두가 창안자동차와, 알리바바가 상하이자동차와 합종연횡을 하며 자율주행차 개발 협력을 하고 있다. 한국 기업은 전부 따로 한다. 엘지(LG)와 삼성 같은 부품 회사, 현대차 같은 완성차 회사가 따로따로 하는데 합쳐지지 않으면 빨리 나갈 수 없을 것이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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