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양웅철 연구개발총괄 부회장과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총괄 사장이 신형 그랜저 출시 행사장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22일 신형 그랜저를 출시했다. 이날 경기 김포 항공산업단지 안 격납고에서 연 신차 발표회에서 현대차는 비행 계류장을 활용해 7대의 새 차로 주행 성능을 과시해 눈길을 끌었다. 양웅철 현대차 연구개발담당 부회장은 “그랜저는 30년 동안 쌓아온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자기 혁신을 멈추지 않았다. 6세대는 기존의 고급스러움에 젊은 감각의 역동성을 입혀 새롭게 태어난 차”라고 말했다.
신형 그랜저는 가솔린 2.4, 3.0 모델과 디젤 2.2 모델, 엘피아이(LPi) 3.0 모델 등 4개 엔진의 라인업을 갖췄다. 내년 상반기에 가솔린 3.3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이 추가될 예정이다. 가솔린 3.0 모델과 디젤 2.2 모델에는 전륜 8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다. 에어백 9개가 기본으로 달렸다. 가격은 주력인 가솔린 2.4 모델이 3055만~3375만원, 디젤 2.2는 3355만~3675만원이다. 정락 현대·기아차 프로젝트총괄담당 부사장은 “강건한 주행 안정감과 안락한 승차감을 구현했을 뿐 아니라 자율주행 기술의 근간이 되는 안전기술들을 장착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신형 그랜저에 거는 기대는 크다. 전체 판매량은 계속 줄고 있고 시장점유율도 추락하는 등 어느 때보다 어려운 경영 환경에 놓였기 때문이다. 한때 국내 자동차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던 현대차는 최근 점유율이 3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외형뿐만 아니라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것도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2011년 10.3%에서 매년 하락해 지난해 6.9%로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에는 6.6%로 더 낮아졌다.
현대차가 신형 그랜저에 주목하는 것은 승용차 라인업에서 아반떼와 쏘나타에 이어 가장 많이 판매되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현대차가 성장한 데는 준중형에서 아반떼, 중형 쏘나타, 준대형에서 그랜저라는 대표 차종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그랜저는 간판 모델을 넘어 현대차가 처한 위기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상징적인 차”라고 말했다.
최근 현대차의 부진은 복합적이지만 주력 차종들이 아반떼 말고는 제 역할을 못하는 게 1차적 원인으로 꼽힌다. 쏘나타는 르노삼성 SM6의 거센 추격에 중형차시장에서 지켜온 선두 자리가 흔들리고 있고 주력 스포츠실용차(SUV)인 싼타페는 지난달 판매 급감으로 3위로 밀려났다. 기존 그랜저는 교체 시기가 다가오면서 판매가 급감했다.
신형 그랜저는 일단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사전계약 첫날인 지난 2일 YF쏘나타가 세웠던 역대 최고 계약 기록을 뛰어넘었고 3주 동안 2만7천여대의 계약대수를 기록하며 바람을 일으키는 중이다. 이광국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은 “체험관과 시승행사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진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내년 국내에서 10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포/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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