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30% 가까이 급감하는 등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다. 판매량은 감소세로 돌아섰고 영업이익률은 5년 새 반토막이 났다.
현대차는 26일 콘퍼런스콜을 통해 3분기 경영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22조837억원)과 영업이익(1조681억원)은 전년 동기에 견줘 각각 5.7%, 29.0% 줄어들었다. 자동차 판매량(108만4674대)은 3.3%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4.8%로, 전년 동기(7.2%)에 견줘 2.4%포인트나 하락했다.
올해 3분기까지(1~9월) 누계 실적은 판매 347만7911대, 매출 69조1110억원, 영업이익 4조1723억원으로 집계됐다. 누적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3.8%나 감소했다. 판매량은 1.7% 줄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판매는 외환위기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악화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신흥시장 침체와 내수 부진, 환율 하락의 영향이 컸다. 예년에 비해 신차 출시가 적었던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고전했던 중국시장에서 판매 회복세를 보였지만 러시아를 비롯해 브라질 등 남미시장 판매량은 급감했다. 국내 판매도 크게 부진했다. 현대차의 지난달 내수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0.0%나 감소했다. 문제는 외형뿐만 아니라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영업이익률은 2011년 10.3%에서 매년 하락해 지난해 6.9%로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에는 6.6%로 더 낮아졌다.
최병철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그동안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던 신흥시장 통화 약세와 수요 부진 영향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공장 파업 여파로 생산이 감소하면서 고정비 비중이 상승했다”며 “고급차와 스포츠실용차 비중 확대로 개선 효과가 있었지만 생산 차질에 따른 실적 둔화를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경영 여건이 좋지 않아 당분간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내년도 사업 전망을 해보니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고 말했다.
급기야 현대차그룹은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이달부터 51개 계열사 임원 1천여명의 급여를 10% 삭감하고 각종 비용도 절감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경영을 책임진 임원진의 선제적 조처”라고 하지만, 그만큼 현재 경영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