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용융아연도금강판공장(CGL)’ 준공식 31일 타이 남동부 라용주 아마타시 산업공단에서 열려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타나삭 빠띠마쁘라꼰 타이 부총리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형훈 삼성전자 타이 법인장, 야마자키 쇼헤이 르노닛산 조달부장, 노광일 주타이 한국대사, 권오준 포스코 회장, 타나삭 빠띠마쁘라꼰 타이 부총리, 워라퐁 상아넷 IEAT 국장, 우티차이 두앙라따나 상무부 차관보. 포스코 제공
중국발 공급 과잉과 세계 철강 수요 부진으로 성장 정체에 직면한 포스코가 고부가 제품인 자동차강판에 미래 승부수를 던졌다.
포스코는 31일 타이 라용주 아마타 산업단지에서 연산 45만t 규모의 용융아연도금강판공장(CGL) 준공식을 열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 공장은 포스코의 국외 차강판 생산기지로 멕시코(2009년), 인도(2012년), 중국(2013년)에 이어 네 번째로 들어섰다. 이로써 포스코는 동남아 지역 최대 자동차 생산국인 타이를 거점으로 역내 자동차시장을 공략할 토대를 구축하게 됐다.
수도 방콕에서 남동쪽으로 140㎞, 자동차로 2시간 떨어진 아마타 산업단지는 각국의 자동차 업체와 철강회사, 협력업체들이 밀집한 타이 최대의 자동차산업 중심지다. 인근에는 타이 최대 무역항인 램차방 항구가 35㎞ 거리에 있다. 여기서는 일반 철강재보다 t당 가격이 20~30%가량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한다. 생산품은 타이 내 포스코 전문가공센터를 비롯해 도요타, 닛산, 포드 등 현지에 진출한 자동차회사와 부품업체에 공급될 예정이다.
착공 2년 만에 완공된 공장에는 총 3억달러가 투입됐다. 준공식에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을 비롯해 타나삭 빠띠마쁘라꼰 타이 부총리, 솜삭 수완수짜릿 라용 주지사, 노광일 주타이 대사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권 회장은 “고객 맞춤형 솔루션 제공으로 차별화된 제품을 적기에 공급해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타이는 연간 200만대(세계 12위)를 만드는 동남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다. 동남아 차 생산 능력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글로벌 업체들의 생산설비가 몰려 있다. 지금도 설비 신·증설이 이뤄지고 있는데다 타이 정부의 친환경 자동차산업 육성 정책 등의 영향으로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다.
일찍이 일본 자동차회사와 부품업체들이 진출했고 일본 철강업체들은 3년 전부터 차강판 공장을 세워 소재를 직접 공급하고 있다. 타이의 차강판 수요는 수출 확대 등으로 공급량을 넘어서고 있어 성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포스코는 보고 있다.
최근 세계 자동차업계의 이슈 중 하나는 차체 경량화다. 갈수록 커지는 배출가스 규제와 연비, 안전 문제 등과 맞물려 가벼우면서도 고장력을 지닌 고급 철강제품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포스코는 1992년 차강판 전문 제철소인 광양제철소를 완공한 뒤 고급 제품 생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현재 포스코는 한국지엠(GM)과 르노삼성차, 쌍용차를 비롯해 폴크스바겐과 지엠(GM), 포드, 혼다, 닛산 등 15개 자동차회사에 고급 철강재를 공급하고 있다.
철강산업에 보호무역 바람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포스코는 성장 정체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세계 철강 경기 하락 속에 지난해 사상 첫 적자를 냈다. 올해 상반기에 영업흑자를 내긴 했지만 턴어라운드(실적 회복)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매출 하락 속에 수익성이 호전된 ‘불황형 흑자’인 탓이다. 앞서 비상경영을 선언한 포스코는 강도 높은 경영쇄신 작업을 벌이는 중이다.
포스코는 자동차용 고급 강판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수익성과 시장 지배력을 동시에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국내외에서 차강판 생산·가공 공장의 증설과 설비 합리화 사업을 꾸준히 진행시켜 왔다. 지난해 판매한 차강판은 870만t에 이른다. 이는 포스코 전체 철강제품 판매량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권 회장은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철강산업은 국내에서 더 이상 성장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지난 2년간 구조조정을 통해 구축한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해외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세계 철강산업의 불황 속에서도 자동차강판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차강판 부문에서 올해 900만t 이상, 2018년 1000만t 판매 체제를 완성해 세계 최고 자동차강판 공급사로서의 입지를 굳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라용주 아마타/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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