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자동차 관련 1천여 업체 가운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는 곳은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로, 현대자동차그룹에 속한 이들 세 회사의 영업이익 비중이 전체의 7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동차 업계의 ‘이익 쏠림’ 현상은 산업의 허리 격인 중견기업층을 약하게 할 뿐 아니라 자본과 기술 경쟁력을 갖춘 부품 산업을 육성하는 데도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기업분석기관인 한국2만기업연구소는 17일 국내 자동차 업체 1079곳의 2015년 경영 현황을 분석했더니, 지난해 매출 규모는 234조8066억원, 영업이익률은 평균 5.3%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의 지난 한해 영업이익 규모는 12조1846억원으로, 삼성전자가 같은 기간 올린 영업이익(13조3982억원)의 90% 수준에 불과했다. 영업이익이 1조원이 넘는 기업은 현대차(4조2672억원), 기아차(2조2949억원), 현대모비스(1조9208억원) 세 곳이었다. 이들 세 회사에서 올린 영업이익 비중은 전체의 69.6%를 차지했다. 현대차가 35.0%로 가장 높고, 기아차 18.8%, 현대모비스 15.8%다.
영업이익을 1000억원 이상 낸 업체는 현대위아(4954억원)와 르노삼성차(3262억원), 비엠더블유(BMW)코리아(2352억원), 일진글로벌(1266억원), 콘티넨탈오토모티브시스템(1132억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1111억원) 등이다. 부품제조사인 S&T모티브(882억원)를 포함하면 상위 10개 기업의 영업이익은 9조9792억원으로 전체 조사 대상 업체 영업이익의 81.9%를 차지했다. 매출 구조에 비해 실제 이익이 상위 1%에 불과한 10여개 업체에 집중된 셈이다.
이런 영업이익 쏠림 현상에 대해 연구소 쪽은 자동차 업계의 낮은 영업이익률을 원인으로 꼽았다. 1000개가 넘는 자동차 관련 회사 중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10% 이상 되는 곳은 8.7%(94곳)에 불과했고, 절반 이상(52.6%)인 568곳은 영업이익률이 5% 미만이었다. 조사 대상 업체 중 175곳(16.2%)은 영업적자를 냈다. 영업이익률이 10%가 넘는 회사는 현대모비스가 유일했다.
자동차 업계의 평균 부채 비율은 71.9%였다. 부채 비율이 400%가 넘거나 자본잠식된 기업은 256곳(23.7%)이나 됐다. 자동차 업체 5곳 중 1곳은 재무구조가 불안정한 고위험 기업군에 속한다는 뜻이다. 오일선 한국2만기업연구소 소장은 “자동차산업의 매출 구조를 보면 허리가 강한 듯 하지만 실제 이익은 완성차와 소수의 대기업 부품업체가 독차지하고 있다”며 “전체 산업 경쟁력을 키우려면 하청 관계에 있는 중견·중소기업들에게도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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