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로 고속 질주하던 수입차 시장이 ‘폴크스바겐 사태’의 후폭풍으로 급제동이 걸렸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수입차 시장은 7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7월 수입차 신규등록 대수가 지난해 같은 달의 2만707대에 견줘 24.0% 감소한 1만5730대로 집계됐다고 4일 밝혔다. 6월에 견줘서는 32.9%나 줄어들었다. 수입차의 7월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7년 만에 처음이다.
폴크스바겐·아우디의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 여파와 지난달에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 혜택이 종료된 영향이 컸다. 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전무는 “7월 수입차 시장은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와 함께 일부 브랜드의 판매 감소 등으로 전달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폴크스바겐이다. 폴크스바겐은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425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 판매량(2998대)보다 85.8% 급감한 것이다. 6월 실적(1834대)에 비해서는 76.8% 줄어들었다. 아우디의 7월 판매 실적도 전년 동기 대비 42.5% 감소한 2638대에 그쳤다. 6월에 견줘서는 46.5% 하락했다. 폴크스바겐과 아우디의 판매 부진은 주요 차종에 대한 정부의 판매금지 처분으로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 월간 판매는 지난해 12월 2만4366대로 최대치를 찍은 뒤 올해 1월 1만6234대로 뚝 떨어졌다가 개소세 종료를 앞둔 6월 2만3435대로 반짝 오른 뒤 7월에 1만5730대로 추락했다. 올해 1~7월 누적 판매량은 13만247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4만539대)보다 5.7% 감소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수입차 시장은 7년 만에 역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수입차 시장은 2010년부터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전년보다 무려 50% 가까이 판매량이 늘어났고, 그 뒤에는 매년 20%대 증가세를 나타냈다. 2010년 9만대 규모였던 국내 수입차 시장은 지난해 24만대 규모로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시장이 한동안 가파르게 성장해왔지만 폴크스바겐 사태라는 악재에 부닥쳐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업체별로는 희비가 엇갈린다. 폴크스바겐·아우디와 함께 베엠베(BMW) 판매량은 28% 감소했지만 메르세데스-벤츠는 판매량을 5.2% 늘리면서 수입차 브랜드 중 1위를 기록했다. 닛산과 푸조는 각각 35.5%, 39.3% 감소했고, 재규어 랜드로버와 포드는 판매량을 각각 96%, 11.0% 늘렸다.
7월 중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 E300(1133대), 베엠베 520d(448대), 메르세데스-벤츠 C220 d(445대) 차례로 집계됐다.
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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