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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티볼리가 ‘효자’…쌍용차 6년만에 ‘봄날’

등록 2016-04-21 19:21수정 2016-04-21 21:08

평택공장 현장 가보니
쌍용자동차가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최근 주문량이 늘어나고 공장에 활기가 돌면서 해고 노동자와 희망퇴직자 40명이 회사로 돌아왔다. 2009년 대규모 감원, 옥쇄파업, 해외매각 등의 시련을 겪은 지 6년여 만에 야심작 ‘티볼리’의 질주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쌍용차는 지난 20일 경기 평택 생산공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평택공장은 86만㎡(26만평) 터에 3개 생산라인을 갖춘 곳이다.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라인 공개는 흔히 있는 일이지만 쌍용차 ‘현장’의 분위기는 달랐다. 공장 곳곳에는 이른바 ‘쌍용차 사태’로 인한 시련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비장함과 스포츠실용차(SUV) 명가로서의 재건 의지를 다지는 플래카드들이 걸렸다.

차체라인에서는 150여대의 로봇이 프레스 공정에서 넘어온 강판에 불꽃을 튀기며 용접 작업을 했고, 조립라인 노동자들은 엔진과 변속기 등 부품을 장착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티볼리와 티볼리 에어, 코란도C를 혼류 생산(하나의 조립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함께 생산하는 방식)하는 조립1라인은 주·야간 2교대로 전환해 풀가동 중이었다. 조립1라인은 밀려드는 티볼리 주문 물량으로 4·13 총선일에도 특근을 했고 다가오는 어린이날에도 특근을 할 예정이다. 15년 경력의 김성진 조립1팀 기술주임은 “2001년 렉스턴 이후로 이렇게 바쁜 건 처음”이라며 “거의 매일 잔업과 특근을 한 덕분에 작년 급여가 2천만원 늘었다”고 말했다.

티볼리는 쌍용차에 작지만 강한 ‘희망의 불씨’ 같은 존재다. 2009년 인도의 대주주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된 지 5년 만에 나온 첫 차이자 단일차종으로 연간 생산 10만대 이상을 목표로 삼은 차이기도 하다. 이 공장의 송승기 생산본부장은 “2009년 파업 사태를 겪은 쌍용차로서는 대외 신인도 회복과 기업 이미지 제고, 경영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하는 게 매우 중요한데 티볼리가 바로 그런 버팀목이 될 자동차”라고 말했다.

2009년 감원·파업·매각 시련
지난해 티볼리 출시 후 변화
소형 SUV 시장점유율 70%
4분기엔 8분기만에 영업흑자
해고·퇴직자 40명 다시 돌아와
“2001년 이후 이렇게 바쁜 건 처음”

경영정상화까진 갈 길 멀어
공장 가동률 높이는 게 관건
코란도·렉스턴 후속모델에 기대

지난해 초 등장한 티볼리는 소형 스포츠실용차 시장에서 점유율 70%에 육박하며 단숨에 1위 브랜드로 올라섰다. 42개월의 연구개발 기간과 3500억원의 개발비가 들어간 티볼리는 지난해 국내에서만 4만5천여대, 수출 물량까지 포함하면 6만4천대가 팔렸다. 경쟁 차종인 르노삼성 ‘QM3’와 한국지엠 ‘트랙스’가 티볼리보다 먼저 출시된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인기몰이다. 티볼리의 선전은 감성적인 디자인과 효율적인 연비, 합리적 가격 등 실용적 가치로 구매층에 어필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지난달에 전장을 25㎝ 키운 롱바디 모델 ‘티볼리 에어’를 내놓고 라인업을 확장했다. 올해 목표치는 애초 계획보다 1만대 늘어난 9만5천대로 잡았다. 티볼리 브랜드로 흥행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국내 소형 스포츠실용차 시장은 티볼리 돌풍에 힘입어 지난해 8만6천대가 팔리며 전년 대비 2.6배 성장했다. 쌍용차는 지난해 4분기에 8분기 만의 영업 흑자를 이뤄냈다.

해고자 복귀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쌍용차 사태’로 해고된 노동자와 희망퇴직자 40명(자녀 16명 포함)은 복직 절차를 거쳐 지난달부터 현업에 배치됐다. 복직자 중에는 평택공장 굴뚝에서 101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이창근 정책기획실장도 포함돼 있다. 그는 현재 조립라인에서 일하고 있다.

2009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구조조정과 파업, 매각 등이 이어졌던 쌍용차의 지난 6년은 험난한 길이었다. 비록 일부이지만 해고 노동자들을 다시 회사로 불러들일 수 있게 된 것은 의미 있는 성과였다. 하지만 경영 정상화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선은 공장 가동률을 훨씬 더 높이는 게 관건이다. 조립1라인의 가동률은 80%를 넘겼지만 조립2라인과 3라인의 가동률은 20~50% 수준에 머물러 전체 가동률은 60%에 못 미친다. 연간 실적도 아직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쌍용차는 “티볼리에 이어 매년 1개 이상의 신차를 출시해 향후 3~4년 안에 공장 조업률을 10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신차들은 내년 상반기에 렉스턴W 후속모델(프로젝트명 Y400), 2018년 코란도 스포츠 후속모델(Q200), 2019년 코란도C 후속모델(C300)로 각각 출시될 예정이다.

앞서 마힌드라 회장은 회사가 흑자로 전환되면 해고 노동자들을 단계적으로 복직시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제 그 첫 단추를 티볼리가 꿰어야 하는 것이다. 티볼리의 질주에 쌍용차의 미래가 걸린 셈이다.

평택/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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