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차 시장 도전 ‘EQ900’의 과제
성장·수익성 높지만 경쟁도 치열
렉서스 등 일본 점유율 불과 10%
시대흐름 맞는 차별성 확보 중요
향후 미국시장서 딜러 수준 높여야
성장·수익성 높지만 경쟁도 치열
렉서스 등 일본 점유율 불과 10%
시대흐름 맞는 차별성 확보 중요
향후 미국시장서 딜러 수준 높여야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번째 주자이자 최상위 모델 ‘EQ900’은 세계 시장에서 질주할 수 있을까.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9일 EQ900을 출시하며 “그동안 축적한 모든 기술력을 집약했다. 세계 최고급 명차들과 당당히 경쟁해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제 관심은 EQ900이 메르세데스 벤츠의 S클래스, 베엠베(BMW) 7시리즈, 아우디 A8, 렉서스 LS 등 내노라하는 고급차와의 경쟁에서 어느 정도 성적을 낼 것이냐에 쏠린다.
고급차 시장은 대중(양산)차 시장에 견줘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고 수익성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자동차업체 간 혈전이 벌어지고 있어, 제네시스 브랜드가 이러한 시장에 안착하는 건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1980년대 말 고급차 브랜드를 선보인 도요타(렉서스)·닛산(인피니티)·혼다(아큐라)는 기술 혁신을 거듭한 독일 3개 브랜드에 밀려 세계 고급차 시장 점유율이 여전히 10%에 불과하다. 포드·지엠·피아트크라이슬러도 각각 링컨·캐딜락·알파로메오 같은 브랜드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인도 타타 모터스와 중국 지리자동차도 각각 재규어 랜드로버와 볼보를 인수하면서 고급차 시장에 진입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류청희씨는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가치를 부각시킬 것을 현대차에 주문했다. 미국 테슬라는 역사와 전통이 없지만, 전기차와 정보기술(IT) 시대에 걸맞은 기능을 강조하면서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씨는 “자동차업계에선 외관이 화려한 럭셔리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를 구분하는데 기술 혁신, 독창적인 디자인, 좋은 인력의 육성, 협업관계인 부품업체들의 높은 만족도 등이 확보돼야 프리미엄 브랜드로 볼 수 있다. 제네시스가 이런 요소를 갖춰야 독일 브랜드와 진정한 경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고급차 브랜드 가운데 유일하게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렉서스의 경우 첫 모델 LS400을 미국 시장에 내놓으며 ‘시속 145마일의 속도에서도 영혼을 울릴 뿐 다른 진동은 없다’는 광고로 차별성을 부각했다. 이후 하이브리드 기술도 렉서스만이 강조한 특성이었다.
EQ900(해외명 G90)이 우선 공략해야 할 시장은 자동차업계의 최대 격전지 미국이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고급차 모델인 제네시스·에쿠스·K9는 2만3878대 팔렸다. 현대차는 내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나 4월 뉴욕 모터쇼를 통해 제네시스 브랜드 출시를 미국에 알릴 예정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에서 EQ900을 얼마에 팔지 정하는 것부터가 어려운 숙제라고 했다. 국내 출시가는 7300만~1억1700만원이다. “미국에서 고급 세단 평균가는 5만4천달러(약 6400만원)가량인데 기본가를 이 수준보다 아래로 낮추면 기존 제네시스 모델과의 차이가 희미해지고, 가격을 올리자니 경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기존 유통망을 통해 EQ900을 미국 시장에 선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경기가 좋아지면서 소비자들은 고급차 가운데서도 더 고급차를 찾는 상황이다. 판매와 애프터서비스를 담당하는 딜러사의 수준을 높이고 전용 매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자동차 전문지 <글로벌오토뉴스>의 채영석 국장은 “영향력이 큰 딜러를 잡기 위해서는 그들이 어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러려면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 자동차부문 최중혁 애널리스트는 “EQ900은 많이 팔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네시스의 최상위 모델이므로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차량으로 포지셔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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