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행 가능하도록 회사명의 등록
11월 판매 실적에도 포함시켜
“리콜 뒤 직원·기부용 검토” 해명
11월 판매 실적에도 포함시켜
“리콜 뒤 직원·기부용 검토” 해명
폭스바겐코리아가 환경부의 판매정지 명령이 내려지기 직전, 팔다 남은 배출가스 조작 디젤차 466대를 스스로 구매해 번호판 발급 등 운행이 가능하도록 등록 절차까지 마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환경부는 지난달 26일 브리핑을 통해 “팔리지 않은 배출가스 조작 차량의 경우 판매정지 명령을 했다”고 밝혔으나, 이러한 조처로 실제 판매를 할 수 없게 된 차량은 단 한대도 없는 상태다. 폴크스바겐그룹이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을 때 환경부가 곧바로 행정조처를 하지 않은 데 대해 ‘늑장 행정’ 지적도 나온다.
폴크스바겐이 인증시험 과정에서만 질소산화물(NOx)을 적게 배출하는 ‘눈속임’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차량 12만여대를 국내에서도 판매했다고 인정한 이후인 지난 10월에 폭스바겐코리아는 재고 차량 466대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부 조사가 막바지였던 11월 중순 자사 명의로 466대를 사서 등록을 마쳤다. 문제 차량이 중고차 시장에서 얼마든지 유통될 가능성을 열어놓은 셈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결함수리(리콜) 뒤 직원용이나 기부용으로 사용하는 등 처리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올해 9월1일부터 ‘유로6’(유럽연합이 정한 디젤차 배출가스 규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디젤 승용차는 생산과 수입이 불가능해졌다. 다만 이미 수입된 유로5 차량은 11월말까지 판매가 허용됐다. 배출가스 조작 사건이 터질 당시 폭스바겐코리아는 ‘눈속임’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유로5 차량 466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 차량은 결함을 고친다 하더라도 11월말 이후 판매가 불가능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문제 차량에 대한 판매를 중단하면서도, 향후 판매를 재개할 뜻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가 정의당 김제남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회사 내부 문서를 보면, 10월8일 환경부에 “영국에서와 마찬가지로 466대 차량 판매를 보류할 것이다. 11월27일 전에 차량을 등록해 결함을 고친 뒤 판매를 재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한다. 이에 환경부 교통환경과는 “(판매 재개를 요청하는) 폭스바겐코리아에 판매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당시 곧바로 행정조처가 가능한지 법률 검토를 했으나, 배출가스 수시검사에서 불합격 처분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와 11월23일 판매중단 명령에 이어 인증취소 절차도 착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송기호 변호사는 “대기환경보존법 55조 1항은 거짓으로 인증받은 사실이 확인된 경우 즉시 인증취소를 하도록 돼 있다”고 짚었다.
지난 11월 폭스바겐코리아는 할인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내세워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달 국내에 신규 등록(판매)된 폴크스바겐 차량은 4517대로 10월 947대에 견줘 급증했다. 이러한 실적에는 배출가스 조작차 466대도 포함돼 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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